‘원맨쇼’를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감독 조진모)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모든 일을 해결하는 배우 류승범(31·사진)에게 집중된다.
박철민, 성동일, 정선경, 임주환, 윤하 등과 함께 극을 이끌었지만 ‘원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화려한 연기와 행동, 입담을 확인한 관객이라면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연기를 본 류승범의 첫 감정은 “멍한 상태”였다. 지난달 31일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영화에 대한 불만인가, 감독 불신인가. 그것도 아니면 제작환경을 탓한 것일까.
류승범은 우선 자신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불만을 표했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공감과 이해를 했으면 하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았고, 다른 인물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런 부분이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또 “감독의 성향 혹은 감독의 계획일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 침범해야 할 범위는 아니다”면서도 만족스럽지는 못한 기색이다. “자기 작품에 사기 치고 싶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완벽하게 완성한다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좋은 품질,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극중 병우가 고객만족을 위한 것처럼 말이다.”
‘수상한 고객들’은 당초 드라마가 짙은 영화였다. 제목부터 ‘인생은 아름다워’였고, 감동적인 요소를 포인트로 잡아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코미디다. 부연하자면 휴먼 코미디, 코믹 드라마에 가깝다.
류승범은 “원래 휴먼 코미디를 안 좋아한다”며 “그런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안에 웃음과 감동이 있고 휴머니즘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장르를 일컫는 것은 과용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웃음을 찾거나 감동을 주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그저 예술을 하는 거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평생 죽을 때까지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며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100% 만족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아쉬움 때문에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100% 만족하면 오히려 ‘다음 작품 할 수 있을까’라고 더 두려워질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난데없는 홍역을 치렀다. “10대 때 느꼈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고 표현하면서 “이제는 내 작품에 판단을 안 둔다.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 더 조심할 것 같다”는 마음이다. “저번 시사회 때와 같은 경험을 했으니 이제는 어떤 틀이 생겼다. 이게 자기 성찰, 자기 비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 영화를 향한 비판은 아니어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류승범은 “열일곱살, 나는 펑키하고 쿨했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고민이 많아 원형 탈모증세도 있었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사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내 삶으로 나가는, 내 현실에서 꽤 큰 사건을 벌여놨으니 당연했을 것”이라고 현재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사고방식과 말, 행동이 조금 달라진 듯하다. “나는 모순이 많고 다면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나를 미워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나를 좋아하는 이유”라며 웃었다.
고민과 생각이 많아진 그에게 한가지 고민거리를 더 건넸다. 연인 공효진(31)과의 결혼이다. 그는 미래보다 현실을 강조했다. “남녀관계만큼은 현실에 살아야 한다. 그 순간의 감정을 최대한 느끼는 편이다. 사랑하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현재의 순간을 좋아지게 만들려 노력한다.”
영화는 불순한 의도를 품고 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험판매원(류승범)의 이야기다. 박철민, 정선경, 임주환, 윤하가 불순한 의도를 품고 생명보험에 가입한 인물들이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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