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중독’ 탈출, 녹색생활에 답 있다

    기고 / 진용준 / 2011-06-30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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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용(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이태용(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영화보다 영화같은 장면이 종종 현실에서 연출된다. 일본의 대재앙이며, 끊이지 않는 북아프리카의 총성이 그렇다.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 이 사태들은 에너지 위기라는 한 가지 화두로 수렴된다. 산유국 리비아의 전쟁은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만들고, 일본의 원전 방사능 노출은 화석연료의 실질적 대안으로 각광받던 원자력에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각국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반해 석유는 비싸고, 원자력은 안전성이 우려되며,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 및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에너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딜레마에서 벗어날 열쇠는‘사고의 전환’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는 에너지를 끝없이 샘솟는 우물처럼 소비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려왔다. 급속성장을 일궈낸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소비증가율이 2.3%로 OECD국가 평균인 0.7%을 훌쩍 뛰어넘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제 에너지 사용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소비가 미덕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청정에너지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지속하되, 공급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에너지 수요 부문으로 시야를 돌려 낭비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방도를 함께 고민할 때다.

    우선 에너지는 비싸고 귀중한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에너지인 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특히 산업용 전력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국가 전체의 소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최종에너지 소비는 전년 대비 7.1%나 증가했으며, 이중 산업부문은 무려 8.9%가 급증했다. 시장원리에 따라 원가에 충실하고 시간대별·계절별 한계비용을 반영한 전기요금체계, 환경비용 등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고려한 가격이 정상가격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각 소비 부문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선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부문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와 연계하여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전사적인 에너지경영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는 사업체 내의 모든 파트와 공정에서 에너지절감을 의사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삼아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생활공간을 녹색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건물은 한 번 지어지면 수십 년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므로, 설계시부터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하여 2025년까지 제로에너지 건물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특히 건물의 주요 에너지 소비 요인인 난방에너지 절감을 위해 열손실이 가장 큰 창호의 단열성능 기준을 2015년까지 2배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를 이용하는 제품들의 효율 향상도 근본적 처방 중 하나이다. 정부는 기준 에너지 효율에 미달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대기전력이 큰 제품에 경고라벨을 부착하도록 하여 효율이 낮은 제품을 원천적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한편 품목별 효율이 가장 우수한 제품을 목표로 삼아, 업계 전체모델의 평균효율을 목표 효율 이상이 되도록 하는‘에너지 프론티어’(Energy Frontier) 제도의 의무화를 함께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효율 건물과 제품이 시장에서 선호되고, 산업체들의 효율향상 기술 개발 및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녹색 문화이다. 에너지 없이는 살 수 없는 에너지 중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살 수 있는 녹색 생활 방식을 익혀야 한다. 녹색 생활은 거창하지 않다. 에너지를 덜 쓰는 제품을 선택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고, 더우면 얇게 입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생활 방식이다.

    에너지·기후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절제의 미덕을 강조하는 동양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에너지 문제의 심화와 자연재해는 이런 거대한 흐름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땅에서는 에너지가 나지 않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에너지 절약 습관, 청정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녹색 에너지원의 생산 국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중독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드는 국가가 다음 시대의 주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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