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64·여)씨는 최근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임대방식을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변경했다.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 일부를 맡긴 뒤 다달이 월세를 내는 임대방식이다.
신씨는 1억3000만원 상당의 전세를 보증금 8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바꿔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 신씨는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몫돈을 묶어 두고 저리의 이자를 받는 것보다 일정한 고정 월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려고 월세로 돌렸다"고 말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남부지역에 신씨처럼 전세를 보증부 월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저금리 기조 등의 여파로 매달 고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업계는 꼽았다.
또 경기남부지역의 가파른 전세값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층들의 월세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부동산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원룸이나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서 보증부 월세 방식을 선호했지만, 최근엔 소형 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지역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인 권선동 시외버스터미널 일대와 장안구 주택가 밀집지역인 송죽동과 파장동 등과 대학가 주변지역에서 월세 전환이 두드러진다.
권선동 한양아파트 56㎡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전세가 8500만원), 성지아파트 70㎡는 2000만원에 월 60만원(9000만~1억원) 등이다. 다만, 수요가 많아 월세 물량도 거의 없는 편이다.
또 9월 이주가 예정된 안양시 덕천지구 주변지역도 전세 수요와 맞물려 월세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다.
안양시 박달동과 비산동 등을 중심으로 신규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고 있다. 박달동 한라비발디 79㎡의 경우 월세값이 보증금 8000만원에 월 60만원(1억3500만~1억4500만원) 수준이다.
이밖에도 입주한지 2년이 안된 광명시 소하동 일대, 화성시 동탄신도시와 병점, 용인시 흥덕지구 등에서도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서는 아예 전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가에서는 약정기간의 총 월세를 계약 때 선불로 지불하고 매달 차감해 나가는 방식인 사글세나 월세가 주류를 이룬다.
수원 경희대 국제캠퍼스와 아주대 주변 대학가 30㎡ 규모 안팎의 원룸 월세값이 40만원(보증금 5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아주대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고, 건물주들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특히 노후 고정 수입을 고려해 원룸을 짓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월세 전환 움직임은 경기남부지역의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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