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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영 이천소방서 자원관리담당
요즘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소방서로 견학 온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물소화기를 들고 모형불에 연신 물을 뿌리고 각종 소방장비들을 구경하며 소방관 아저씨 주변에 둘러 앉아 열심히 교육내용을 경청하는 모습이 참 예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오늘 배운 것들을 활용해서 실제 화재현장에서 잘 대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소방관들이 화재나 재난현장에서 꼭 필요한 대처법을 쉽고 기억하기 쉽게 잘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일까? 최근 강원도의 ‘국민안전체험 테마파크’, 서울시의 ‘제2시민안전체험관’ 등 전국적으로 대형 재난체험 시설들이 신축되었고, 경기도내 의왕, 양평소방서처럼 청사 내 소규모 안전체험시설을 갖춘 소방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소방방재청 및 각 시·도의 노력으로 소방안전교육 관련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교육콘텐츠 부재로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재 소방서에서 이루어지는 견학 및 안전교육은 통일된 매뉴얼 없이 단순 체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완강기나 경사구조대 같은 피난시설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고, 재난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교육시스템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화재 대피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피 프로그램 또한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개발한 ‘LNTB(Learn Not To Burn) 프로그램’은 “Stop Drop and Roll[(불이 붙었을 경우) 멈춰서서 털고 구르세요]", "Crow Low Under Smoke[연기 아래로 낮게 기어가세요]” 등의 단순한 노래를 통해 화재와 화상을 피하는 방법을 쉽게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화재와 화재의 잠재 위험에 즉각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또한 어린이들의 연령대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분해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소화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불을 보면 무조건 도망치라고 가르치고 있다.
미국 프로그램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하여서는 안 되지만 우리보다 먼저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끊임없이 투자해 온 만큼 그들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여건에 맞는 통일되고 체계적인 안전교육 콘텐츠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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