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부활에 순환출자규제 등 연일 계속되는 정치권의 압박에 재계가 고민에 빠졌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상황이어서 뾰족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그저 불똥이 어디로 튈까 전전긍긍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재벌개혁에 숟가락을 얹은 상황이라 정치권의 공세를 피하고 악화한 여론을 무마할 방안을 마련하려 해도 쉽지 않다. ‘빵집 논란’에서 이미 확인됐듯 자칫하면 한꺼번에 욕을 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언적 수준의 재벌 길들이기 방안들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공약으로 구체화할 경우 대기업들은 그대로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슴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재계 차원의 공동 대응방안 마련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이나 경총 등에서 공동대처하겠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 농익은 단계도 아니어서 우왕좌왕 하고 있다.
파상공세를 피하기 위해 총수들의 사재 출연이 잇따를 수 있지만 이는 총수 개인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대대적인 사재 출연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공헌 활동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데 일부 동의가 이뤄지고 있다.
A그룹 한 임원은 “총선과 대선 앞두고 정치권이 대기업을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분명 표를 의식한 것이다”며 “(빵집 논란에서도)우리는 다른 기업과 다른데 같이 묶이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정치권의 공세를 피하고 여론 무마용으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정치권이든 여론이든) 함께 거론이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덧붙였다.
B그룹 임원은 현재의 상황을 “죽을 맛”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이 임원은 “선거 국면이라 대기업을 자꾸 건드리는 것 같다. 당 강령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기업이 나설 일도 아니라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개 입장에서는 대응방안을 내놓기 어려워 곤혹스럽다. 그저 재벌 관련 내용을 모니터링 하는 수준이다”며 “당의 강령 등으로 나오면 전경련이나 경총 등이 나서서 할 것이다. 현재는 반론을 제기할 단계도 아니어서 정말 죽을 맛이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그룹 임원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마련할 수 없고 그저 지금까지 계속해 온 사회공헌 등을 좀 더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정치권의 공세에 대응하기보다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의 사회 환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이유다. 총수들의 사재 출연은 그룹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소나기가 내릴 때(뭇매를 맞을 때는)는 처마 밑으로 피해야 한다. 괜히 나서서 화를 키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도 경제상황이 나빠 어려운데 이런 식으로 가면 고용창출은 어떻게 할 건지 걱정된다”며 “(정치권이)생각이 있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있는 것만 지키면 고용창출은 어렵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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