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 생각하는 학교 폭력, 그리고 탈북자

    기고 / 우해영 / 2012-02-21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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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해영(인천남부경찰서 정보보안과)
    2월에 접어들면서 전국의 학교주변은 학생, 학부모, 가족들의 졸업 축하분위기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최근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로 이슈화 되면서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한편으로 졸업식 주변에서 별다른 일이 없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우리 경찰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유난히 추운 겨울 날씨, 마치 폭력으로 인한 학생들의 마음처럼 송곳 냉기가 옷깃을 파고든다. 좋은 날도 많은데 하필이면 왜 이리 추운 1, 2월에 졸업식을 하는지 문뜩 궁금해지기도 한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기 시작은 광복 이후 1950년대 초까지는 9월, 1961년까지는 4월, 1962년부터는 3월이었고, 졸업식은 시대에 따라 6~8월, 2~3월, 1~2월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4월 개학으로 공부하기 좋은 3월에 입학시험과 졸업행사를 하게 되고, 학기 중에 여름방학 맞이하는 학사운영의 문제점이 있어 오늘날처럼 그 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졸업식을 하게 된 것이 긴 겨울 밤 만큼이나 역사를 갖고 있다.
    한편 북한은 예전에는 8월 말에 졸업식을 하였는데 1993년부터 신학기를 4월1일에 시작, 졸업식을 3월 말에 한다고 한다. 바뀐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농번기인 5, 6월 노동력 확보와 2월, 4월 정치행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의 학교주변에서도 우리와 같은 학교폭력이 일어날까?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에 의하면 원인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사회에서도 학교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발생한다고 전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힘없는 노동자 가정의 자녀로, 따돌림, 가방을 들어주기, 힘센 학생들의 물건 빼앗기 등, 우리와 다른 사회구조에도 불구하고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폭력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어느 사회이건 학교폭력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 주변에는 탈북자는 물론 이주민 가정의 청소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우리사회 중요 구성원이 된 다양성의 청소년들, ‘학교 폭력 예방’의 출발점에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을 촉구해 보고 싶다.
    최근 인천경찰은, 이들 탈북ㆍ다문화 가정 자녀의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 예방을 전담하는 ‘레인보우 캅’(Rainbow-Cop) 발대식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이들 청소년에게 다가가 더 많은 도움과 꿈을 주는 인천경찰이 되고 싶다.
    졸업식장에서 만나는 많은 학생들, 그중 2만이 넘는 탈북 가족들의 학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에는 졸업까지 못가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일상화된 우리 학교 폭력이 그 이유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역경을 딛고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탈북 가정의 학생들이 혹여 우리의 지나친 관심과 차별이 이들에게 왜곡된 폭력으로 비춰지는 우울한 졸업이 아니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라도, 일곱 빛깔의 무지개 꿈과 희망을 갖도록 관심을 가져보자. 아주 특별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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