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노룬산골목시장, 사계절 신선한 먹거리 가득

    기획/시리즈 / 이나래 / 2012-03-26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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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통 시장... 명절엔 쿠폰 이벤트도
    "뿌린 듯 안 뿌린 듯 뿌려주세요, 아저씨. 저번처럼.”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주부 전 모씨는 고등어를 사러 집 앞 노룬산골목시장을 찾았다.
    단골가게인 생선가게에 들러 고등어를 사면서 소금간을 살짝만 해달라고 주문하자 소금 살살 친 고등어가 순식간에 나온다. 아들 뻘의 젊은 주인은 전 씨가 계산을 치르자마자 “들어가세요!” 하고 싹싹하게 인사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동네인 광진구 자양동에는 노룬산골목시장이 있다. 1970년대 상인들이 자리 잡기 시작해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 <시민일보> 기자가 노룬산골목시장을 찾았다.

    ◆ 노룬산골목시장 이모저모

    저녁 7시 30분. 시장은 대체로 한산한 가운데 찬거리를 사러온 주부들, 오붓하게 손잡고 구경 나온 할아버지와 손자, 퇴근길 장보러 온 직장인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가게들이 벌써 문을 닫았나봐요?”
    시장으로 진입한 기자가 입구 쪽 불 꺼진 자리를 가리키며 슈퍼마켓 주인에게 묻자 “거긴 창고에요”하고 대답한다. 과연 불 꺼진 자리는 아무 간판도 붙어있지 않아 창고로나 쓰임직 했다.
    찬찬히 안쪽으로 들어가자 가게마다 초저녁 손님들을 끄는 소리로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밑반찬을 내놓고 파는 가게가 눈에 띈다. 장조림 7000원, 연근조림 2000원, 양념꼬막 4000원, 감자샐러드 2000원……. 직접 만든 반찬을 스티로폼 곽에 담아 파는 가게다. 입구의 나무 기둥엔 품목별 원산지를 깨알같이 적은 종이가 반듯하게 코팅까지 돼서 걸려 있다. 여러 가게 중에서도 특히 장사가 잘 되는 가게인지 중년 여성, 청년 가리지 않고 손님이 끊임없이 드나든다.
    반찬 가게를 나와 쭉 따라가는 동안 떡집, 통닭집, 채소가게, 분식집, 정육점, 횟집, 속옷가게, 중소형 슈퍼마켓을 볼 수 있다. 돼지 부속고기를 늘어놓고 파는 부속고기 전문가게도 있다.
    ‘룸싸롱, 노래방 안주 전문’이라고 써 붙인 가게는 땅콩볼, 커피 땅콩, 강정, 건바나나 등 마른 안주를 한 봉지에 2000원~1만원 남짓씩 팔고 있다.
    한 야채 가게는 ‘야채 천원’을 강조하며 거의 모든 야채 품목을 바구니당 천원에 팔고 있다. 깻잎, 돌미나리, 쑥갓, 상추, 취나물, 냉이 모두 한 바구니에 천원이다. 특히 상추는 고깃집에서 보통 4인용 식탁 하나당 내놓는 상추 양의 2배 가량 되는 양을 천 원씩 팔고 있다.

    ◆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물건 사고…명절엔 쿠폰도 발급

    노룬산골목시장이 좋은 점은 비가리개(아케이드)가 지붕처럼 둘러쳐져 있어 실내같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장 곳곳마다 ‘상품권 받는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영동교 방면이 아닌 건대입구역 방면, 즉 시장 북단 가게들은 ‘상품권·쿠폰 발급’이라고 새겨진 간판을 아예 따로 달아 놨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노룬산골목시장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77%로, 노룬산시장상인회에 등록된 전체 52개 점포 중 40곳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고 있다.
    “상품권은 뭔지 알겠는데 쿠폰은 뭔가요? 쿠폰도 주나요?”
    기자의 질문에 ㄱ반찬가게 주인 A씨는 “아, 그건 명절에…….” 하고 답했다. 그는 명절에만 할인 쿠폰을 준다고 설명했다.
    ◆ 전통시장 현대화 위해 뛰는 광진구

    광진구에는 노룬산 골목시장 외에도 중곡제일 골목시장, 자양 골목시장, 영동교 골목시장 등 전통시장 10여곳이 있다. 주민들이 전통시장을 더욱 자주 즐겨 찾을 수 있도록 구는 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주민들이 많이 찾는 중곡제일, 자양, 노룬산, 영동교 골목시장 4곳은 눈비가 와도 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비가리개를 설치하고 입구에 전광판을 달아 지나가는 행인들도 시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장내 개방화장실을 마련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법적 지원기준에는 못 미치는 화양, 면곡, 능동로 골목시장은 시장경영진흥원과 연계해 상인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내 낡은 전기, 가스 시설 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 노룬산 골목시장 찾아가는 길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 쭉 걷다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300m 직진하면 입구에 ‘노룬산시장’이라고 크게 새긴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이나래 기자 wng1225@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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