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알면 행복이 보인다

    기고 / 김성태 / 2012-05-03 16:07:00
    • 카카오톡 보내기
    김성태(인천강화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여기에는 선택 가능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확실히 얻을 수 있는 900만원, 얻을 수 있는 확률이 90%인 1000만원. 보통 사람이라면 대부분 안전하게 900만원을 얻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900만원의 가치가 1000만원을 얻을 90%의 가치보다 휠씬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0만원을 얻을지도 모르는 90%의 확률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인간이 이득을 얻고픈 욕구보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강해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1979년에 발표한 ’전망이론’에 해당한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하는 연구이다.

    카너먼은 ‘직관’을 의미하는 ‘빠른 사고’와 ‘이성’을 뜻하는 ‘느린 사고’를 언급했다. 자동차를 피하는 순발력이나 프랑스의 수도 이름을 떠올리는 것처럼 본능적이고 자동적인 정신활동이 직관(빠른사고), 어려운 수학 방정식이나 나라의 정책을 정하는 일처럼 숙고가 뒤따르는 일을 이성(느린사고)으로 보고, "이성적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실은 직관에 의해 편향된 결과"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남들은 몰라도 본인 스스로가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행동할지 모르는 일이다.
    여행길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어느 자동차 CF 카피 문구. ‘길이라도 좋다. 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광고는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운전자들에게 친구 같은 친숙함을 주는 길은 생각보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TV 뉴스의 교통사고 현장을 본 뒤에야 깨닫기도 한다.
    한편, 사람들은 ‘나’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자녀들 역시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 쉽게 판단하며, 아이들 역시 부모들의 주의나 충고는 잔소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조심하라고만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안전교육에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그건 위험하니까 그만둬’, ‘이쪽으로 가면 안돼’ 라는 표현보다는 ‘불을 가지고 놀다보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자칫하면 불에 화상을 입어 다칠 수 있으니 불장난은 위험한 것이야’ 식으로 구체적인 위험요소나 행동요령을 적시해 설명해야 교육의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는 가끔 재난이 발생하고 난 뒤에 ‘안전불감증’이란 말을 할 만큼 평상시에는 안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마음을 놓고 있는 경향이 있다. 위험은 예고없이 찾아오기도, 혹은 예고해도 사람들이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기에 평소 위험을 알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이라도 자녀에게 화재의 위험이나 대피요령, 심폐소생술 방법, 여름철 홍수나 등산시 올바른 행동요령 등 수많은 위험요소들 중 한 가지에만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하고 고른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마 가족의 행복도 함께 올 것이라 믿는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성태 김성태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