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遊權者)? 유권자(有權者)?

    기고 / 채정희 / 2012-05-08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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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정희(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계장)

    올해부터 매년 5월10일이 ‘유권자의 날’로 법정화되어 이를 기념하는 의식과 사진전시회, 걷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실시된다. 이 날은 유권자 스스로가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주권의식을 함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유권자의 날은 주권자인 국민이 이 나라의 중심임을 선포하고 기념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정치권이 중심이 되어 유권자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유권자가 중심이 되어 정치권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요즘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다. 잠룡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국민경선방법을 두고 잡음을 내는 등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형국이다. 국민들도 이러한 갑론을박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이런 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바람직한 대통령감은 어떤 자질과 정책을 갖추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 인물은 누구인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이번 ‘유권자의 날’이 법정화 된 것을 계기로 유권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좋은 유권자가 되기 위한 다짐을 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5.10은 해방이후 선거의 기본인 보통선거를 최초로 실시한 1948년 5월10일을 기념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날이다. 이날 실시한 총선은 제헌국회 개원, 대한민국 헌법제정, 대한민국 정부 탄생까지 만들어 낸 역사적인 선거였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중반에서야 흑인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 수백년의 투쟁을 거쳐 투표권을 쟁취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5.10총선을 통하여 서구와 같은 투쟁없이 평등한 투표권을 일거에 보장받았다. 5.10총선이야 말로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에 초석을 다진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징성을 갖고 있는 5.10을 유권자의 날로 제정한 것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권자의 날과 관련한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영국과 스웨덴은 정치주간을 두어 선거교육과 정치토론을 시키고 있으며 인도와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선거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서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4. 11. 총선의 투표율은 54.3%로 유권자 절반 정도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놀리는 유권자(遊權者)가 그 만큼 많았단 이야기다. 이제 200여일 후면 우리나라의 앞으로 5년을 좌우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 유권자(遊權者)가 될 것인지 아니면 유권자(有權者)가 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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