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영 부평구청장 "삶의 현장 녹아드니 진심 받아줘"

    자치단체장 / 문찬식 기자 / 2012-07-02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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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개동 숙박행정 소회밝혀
    [시민일보] 부평지역 곳곳을 돌아보는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의 발걸음이 재다.
    홍 구청장은 지난 해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려고 70일간 십정동에서 숙박한 것이 계기가 돼 숙박행정을 시작했다.
    숙박행정은 지난 해 11월21일 청천1동 초원경로당을 시작으로 올 1월17일까지 14개동에서 진행됐다.
    4.11총선으로 잠시 멈췄던 숙박행정은 5월10일 부개3동 주공3단지 경로당에서 재개돼 최근 삼산2동에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홍미영 구청장을 만나 숙박행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숙박행정을 마무리했는데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밤에 주민들과 격의 없이 만나고 경로당에서 아침을 맞으면서 구청장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그 동네의 숨어 있는 ‘2인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이 동네는 재개발 문제가 심각하고 저 동네는 공원을 좀 만들고 어떤 곳은 어려운 사람이 많아 복지시설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동네의 문제가 다르고 정서도 차이가 있었다.
    동네마다 특성에 맞게 사람을 배치하고 행정을 기획해 일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행사 때는 잘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 게 큰 보탬이 됐다.
    행정의 제일 말단체계에 있는 반장을 만나고 환경지킴이 어르신을 뵙고 장애인과 대화하고 경로당 어르신들도 만나면서 그 분들이 궁금해 하거나 불편한 사항을 청장으로서 듣고 말씀을 나눴다.
    그러는 사이 보이지는 않지만 신뢰를 쌓았고 더 밀착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큰 성과다.
    ▲공식 일정을 통해 주민과 대화를 할 수 있었음에도 숙박행정을 택한 이유는.
    낮에 가서 공식일정으로 주민을 만나면 참 제한적이다.
    그 동네의 대표격인 오피니언 리더만 보게 된다.
    행사의 성격만 파악하다 보면 동네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숙박행정은 그런 갇힌 틀을 벗어난다.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고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사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동네에서 잔다는 것은 하루 뿐이지만 ‘떠나지 않고 머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좀더 좋은 공간에서 행정을 하고 살던 구청장이 동네의 취약한 곳에서 머무는 것을 보면서 동네 주민들도 구청장을 ‘떠날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청소하고 동네 목욕탕도 들르고, 주민들과 마주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머물지 않겠다’는 사람이 어찌 밥을 같이 먹겠는가.
    떠날 사람이 아니기에 동네 목욕탕도 가고 아침도 함께 먹는 거다.
    주민 분들도 그 진심을 받아줬다.
    불편한 잠자리라도 숙박행정이 의미가 있는 이유다.
    ▲굳이 숙박행정을 하겠다고 생각을 한 계기를 설명한다면.
    지난해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70일을 십정동에서 그 지역의 주민으로 살았다.
    집이 무너질까봐 집을 지키기 위해서 간 거였다.
    그런데 아침에 구청으로 출근하기 전에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면 동네 할머니들이 ‘홍 청장 커피 한 잔 먹고 가’ 그러면서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밤에 잘 때면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홍 청장 몸이 괜찮아?’ 하면서 드링크제도 주고 그랬다.
    ‘아 이게 들어와서 살면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남의 집 개 이름도 부르면서 다니고 하는 그런 동네의 정겨운 모습은 틀에 박힌 행사장에서는 볼 수 없는 거였다.
    십정동에서 70일간 자면서 내가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을 느꼈다.
    하루라도 자면서 그 동네 주민들과 만나고 싶었다.
    ▲숙박행정을 하면서 구청장으로서 이런 일을 하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면 돌파’다.
    주민들과 밀착해서 정면 돌파 해야겠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부평이 위기다.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환경오염 문제와 재개발에 따른 주민갈등까지.
    인천의 10개 구ㆍ군 중 가장 문제가 많고 가장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구청장의 힘만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민들과 함께 그리고 같이 일하는 공직자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게 단단한 힘이 되고 있다.
    그 힘을 축적하고 있다.
    위기를 잘 극복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 공직자들도 그냥 구청장을 수행하기 위해 이곳저곳 쫓아 온 것으로 시작했다면 오랜 시간 동안 같이 하면서 스스로도 변화하는 동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
    문찬식 기자 mcs@siminilbo.co.kr
    사진설명= 홍미영 구청장이 숙박행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겪었던 소회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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