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전쟁’ 같았어요. 이 앨범을 만들어내기까지가 고난의 시기였기 때문이죠. 멤버들끼리는 그렇지 않았는데 우리 변화를 두려워하는 측근들이 많았어요.” (용준형)
그룹 ‘비스트’가 1년2개월 동안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돌아왔다. 22일 발표한 미니음반 5집 ‘미드나이트 선(Midnight Sun)’에서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래퍼 용준형(23)은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한 만큼 무대에 섰을 때 후회는 없다”며 눈을 빛냈다.
비스트는 총 6곡이 실린 이번 앨범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비장미 넘치는 댄스곡 대신 2009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일렉트로닉 신스팝 장르의 ‘아름다운 밤이야’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꽉 찬 사운드를 자랑하는 기존의 히트곡 ‘숨’ ‘쇼크’보다 다소 풀어진 인상이 짙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안무 맛보기 역시 그간 비스트의 딱 맞아떨어지는 군무보다 느슨하다. 유명 작곡가와 작업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의 틀과 달리 이 곡의 공동작곡가 굿나잇과 슬립웰이 신예라는 점도 신선하다.
앨범에는 사랑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서정을 노래한 ‘미드나이트’, 펑키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내가 아니야’와 ‘니가 쉬는 날’ 등 모두 6곡이 실렸다.
메인보컬 양요섭(23)은 “최근 팬카페에 변화를 많이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면서 “1년2개월 만에 컴백하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디지털싱글을 잇따라 발매하는 요즘 가요계에서 1년2개월 공백기면 꽤나 긴 시간이다. 보컬 장현승(23)은 그러나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앨범 발매가 계속 미뤄졌다”며 “원래는 5월 발매예정이었다. 변화 없이 앨범을 내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으냐고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했고 이제야 선보이게 됐다”고 알렸다.
변화의 기폭제는 월드투어다. 양요섭은 “그간 선보인 타이틀곡 ‘숨’은 지르고 ‘쇼크’는 군무를 맞추기도 했는데 이런 곡들은 무대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았다”며 “그런 점을 보완, 무대에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곡을 골랐다”고 전했다.
장현승도 동의했다. “월드 투어를 하면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간 타이틀곡이 셌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풀어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컬 이기광(22) 역시 “뮤직비디오에서 보듯 의상 등 여러 부분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니가 쉬는 날’과 ‘드림 걸’을 작곡한 래퍼 용준형(23)은 “월드투어를 하면서 무대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면서 “우리가 신나야 팬들도 신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 인해 내공이 많이 쌓였는데 이번 앨범으로 그 결실이 맺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멤버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음반이다. 리더 윤두준(23)은 “우리가 준비한 의견이 들어간 앨범”이라며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간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해외에 있는 팬들까지 비스트가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장현승은 다만 “상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와준 주변분들에 대한 보상이자 결실 같기도 하다”면서 “값지고 보람 있는 활동이었으면 좋겠다”며 거부하지는 않았다.
멤버들은 새 앨범 준비 기간 개별 활동에도 나섰다. 양요섭과 장현승은 ‘광화문연가’와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했고, 이기광은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 MC로 나서기도 했다.
보컬 손동운(21)은 “개별 활동 덕분에 아무래도 대중이 비스트를 좀 더 알아간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 활동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뷔 4년차를 맞은 만큼 정체성을 고민 중이다. 손동운은 “그간 쌓아온 음악을 한번에 바꾼다는 것은 어렵다. 이게 맞는 것인가 싶고 뒤숭숭하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이번 (변화의) 케이스가 잘 되지 않은 것이라 여겨도 후회하지 않을 노래들을 했다”며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다.
“대중이 생각하는 기존의 아이돌 모습을 깨면 도전이나 반항으로 보일 것 같아요. 대중들이 이해가 가는 선에서 조금씩 변해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그에 대한 첫발을 내딛는 겁니다.” (윤두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