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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사회의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과제는 바로 '물 관리'였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가 바로 국가 경영의 근본이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하여 물이 재물을 관장한다고 보았으며, 물길을 따라 교통과 상업이 발달하였고 도시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지금, 현대사회에서의 물은 현대인들의 삶의 질과 즉결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물 관리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도별,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며 국토의 2/3이 하천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이 유출되어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갈수기에는 유출량이 적은 탓에 하천의 수질오염을 가중시키는 등 수자원의 이용 면에서 불리한 자연조건을 안고 있다.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강수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7㎜로 세계 평균의 1.6배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총 연강수량은 연간 2,629㎥로 세계 평균의 약 1/6에 불과하다. 이마저 연 강수량의 2/3이 하절기 한 철에 집중되어 내리니 여름에는 홍수, 겨울과 봄에는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에는 10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이상고온과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강에서 양수기를 동원하기도 하고 광역상수도관에서 물을 빼기도 하면서 겨우 모내기를 마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지리적, 기후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자원의 계절적인 불균형을 줄이는 급선무와 함께 인구가 집중되어 용수수요가 높은 도시지역과 국지적으로 물 부족이 발생하는 농어촌 지역에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하기 위해서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대책수립과 신속한 이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큰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수해 원인과 방지 정책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논의될 뿐 또 시간이 지나면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의 기상변화는 극한 홍수의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도 날로 커지는 추세로 지역 특성에 맞는 치수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난날 수자원개발은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 측면이 강조된 경향이 있으나 현재 우리 삶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수자원의 이용 방안은 그보다 광범위하다.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및 수력발전 등 본래의 목적에 더불어 관광, 지역사회개발, 어족보호, 하천환경관리 등 사회적인 역할을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임무가 더해진 것이다. 따라서 수자원 개발의 문제는 어느 한 측면만을 들여다보고 찬성과 반대를 주장할 수 없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최근 한강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나 역시도 팔당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 남한강의 상류에 위치한 여주 강천보를 방문해 보았다. 어족보호를 위해 어도가 설치되어 있는 강가의 모습과 잔디광장과 수영장을 비롯하여 시민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자연 속 공간이 드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현재의 수자원 개발은 과거의 치수, 이수의 개념에서 보다 확장되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가치로 발전했다. 현재 강천보에 위치한 한강문화관에서는 정기적인 ‘워터스쿨’과 ‘워터투어’ 등의 프로그램으로 한강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물 교육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강을 마주보고 드넓게 펼쳐진 잔디광장에서 한밤중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며 진화하는 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물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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