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지난 1999년 수천억 원대로 투자금을 운용하다 부도를 낸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58) 전 회장이 집을 나간 후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20일 부산 연제경찰서 등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C사 대표 하모(63)씨를 만나러 속초로 간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는 실종신고가 지난 달 19일 접수돼 경찰이 소재를 수사 중이다.

경찰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지난 달 13일 오후 2시께 집을 나선 양 전 회장은 3시간 만인 오후 5시13분께 속초향 방파제 부근 기지국에서 위치가 확인된 것을 마지막으로 휴대 전화 신호가 끊겼다는 것.

그러나 양 전 회장의 실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양 전 회장이 집을 나간 지 열흘 뒤인 지난달 23일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아들명의 카드로 물건을 매입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납치·감금됐거나 회사 자금을 갖고 잠적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양 전 회장은 허가 없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운용하다 1116억원을 빼돌려 계열사를 설립하고, 230여 억 원을 호화생활에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04년 출소했다.

삼부파이낸스 사태 피해자들의 손실을 정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설립된 C사는 삼부파이낸스와 계열사의 잔여 자산, 양 전 회장의 개인 재산 등 2200억원이 투입됐으나 양 전 회장이 출소한 2004년 C사 대표 하씨는 잠적했고 회사 자산은 모두 사라졌다.

하씨 잠적 이후 검찰은 부하직원 2명을 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하고, 하씨를 공개 수배했으며 이번 양 전 회장 실종 사건의 중심에 C사 대표 하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하씨의 소재도 함께 추적 중이다.

부산=양원 기자 yw@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