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 보존은 국가 안보(安保)하는 일

    기고 / 이명철 / 2012-11-07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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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철 연구관(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가 싶더니 어느덧 코끝 시린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식량 위기로 농업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은 더욱 추워졌다. 세계 최대 옥수수와 콩 생산지인 미국 중서부 지역에 56년 내 최악의 가뭄이 닥쳤었고, 러시아와 흑해 인근의 주요 밀 수출국가들 역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IT산업시대인 오늘날에도 인간이 먹을 기본 식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기본 식량은 유전자원에서 비롯된다. 유전자원은 40억 년 동안 진화를 거치며 축적된 생명체로, 인류에게 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치가 있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말한다. 오늘날, 이러한 유전자원의 가치와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상의 생물종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도시화 및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 한반도는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상에서는 매년 2만5천~5만종의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100만종의 생물이 온난화에 의해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둘째, 미래 글로벌 식량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지난 9월, 국제 식량가격이 2008년 식량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식료품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는 더욱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작년도에 사상 최저인 22.6%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년 만에 자급률 수치가 20%나 폭락했고, 쌀의 자급률은 83%로 추락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된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셋째, 유전자원은 미래 녹색성장 기반 구축의 핵심소재로 활용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IT, BT, NT 등 기술간 융·복합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유전자원도 신품종, 천연물 신약, 바이오에너지, 산업신소재로 활용하게 되어 녹색성장 동력 창출을 기대하게 되었다. 스위스의 ‘로슈’ 제약회사의 사례는 유전자원의 높은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로슈’ 는 중국의 향료식물인 ‘팔각회향’을 활용하여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는데, 연간 2~3조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21세기는 ‘유전자원 전쟁’의 시대다. 이제는 얼마나 가치 있고 잠재력 있는 유전자원을 확보하여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7년에 종자은행을 설립해 다양한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보존해 왔다. 2008년에는 농업유전자원센터를 설립하여 세계 6위의 농업유전자원(307천여 점)을 확보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신품종, 천연물 신약, 바이오에너지, 산업신소재 등 막대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 국내·외 유전자원의 수집과 도입에 적극 노력하며, 특성평가를 통해 연구자들이 육종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원은 자연 생태계 유지, 식량 및 신소재 개발을 위한 재료이며 인류 생존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이제 유전자원보존은 현재와 미래의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산·학연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맡은 책임을 다 하고, 국민이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공감하도록 앞장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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