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올 겨울 들어 최대 추위였다는 8일, 그러나 서울 광화문 광장은 대선 후보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박근혜, 문재인 두 대선후보가 나와 지지를 호소하는 등 수도권 표심을 향해 자존심을 건 양당의 유세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 약속한 정치쇄신을 화두로 내세우며 ‘새정치’를 강조했다.
이런 문 후보를 두고 같은 날 안형환 대변인은 “끝까지 스스로의 독립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친노 세력에 의해 선거에 나오고 안철수 씨를 팔아 선거운동을 마무리 지으려는 나약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 격인 안 전 후보는 광화문 광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서울 대학로와 강남 코엑스 몰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을 찾아 ‘나 홀로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 달라. 앞으로 민생을 해결하는 새로운 정치, 정치혁신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기존과 같은 발언을 되풀이했지만 ‘문재인 지지’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후보 지지발언을 해도 선거법과 무관하다는 선관위 해석이 있었던 터라 안 전 후보 의중을 해석하는 의견이 분분해졌다.
문재인 후보지지 결정 직후 첫 지원유세를 벌였던 부산에서도 안 전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아꼈다. 그냥 “새 정치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새 정치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투표해주세요” 등의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는 가는 곳마다 ‘안철수 후보와의 한마음 정치’를 강조하는 문 후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의 목에 감긴 ‘주황색 목도리’는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노란색과 빨간색을 배합하면 주황색이 되는 원리를 들어 ‘내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의 속내’를 반영한 목도리 색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 그룹도 안 전 후보의 소극적 지원 행보에 대해 대선 이후 정치 행보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라는 화두를 들고 대선 출마 선언을 했던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문 후보 손을 들어줬지만 자신이 구태로 규정했던 기존 정치 세력과 ‘야합'했다는 비판에 대한 고민이 갈지자 행보로 나타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안 전 후보가 정말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도와줄 생각이 있다면 오늘 광화문 유세 연설하는 현장에 당연히 갔어야 한다”며 “안 전 후보는 대선 이후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해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새 정치’는 안 전 후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안 전 후보가 정말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도와줄 생각이 있다면 오늘 광화문 유세 연설하는 현장에 당연히 갔어야 한다”며 “안 전 후보는 대선 이후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해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새 정치’는 안 전 후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안 전 후보가) ‘새 정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그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새 정치’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문 후보가 이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안 전 후보가)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안 전 후보의 대선후보직 사퇴를 ‘전략적 실패’로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조 전 부총리는 “안철수 전 후보는 ‘나는 여도 야도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 나온 국민 후보다’라는 스탠스를 유지했어야 했다”며 “(안 전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려는 시도는 일종의 자기모순이었다. 백전노장인 야당과는 기술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벌여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8일 저녁 JTBC는 리얼미터가 7,8일 양일간 조사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다자구도 지지율과 서울 지지율 결과를 속보로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속보에 따르면 7~8일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집전화와 휴대전화 RDD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결과, 다자구도에서 박 후보가 51.1%로 문 후보(42.0%)를 9.1%P (양자구도 시 박 후보는 전날 50.7%에서 52.0%로 오르고, 문후보는 45.2%에서 44.1%로 낮아져 5.5%P에서 7.9%P) 앞섰고 서울 조사에서는 박근혜 50.6%, 문재인 43.4%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선 상황이 반영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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