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주류측 거센 반발… 이용섭 "안타깝고 참담"

안철수 "새 정치의 길에서 뜻 모으는 건 바람직"

김지선 "싸우지 않는 것은 새 정치 아니다" 맹공

[시민일보]민주통합당이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에 무공천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갈등의 여지는 남아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회의 결과 노원병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고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심사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은 25일 “야권 맏형의 심정으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공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 전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맏형의 입장에서 후보를 무공천했다"며 "희생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선에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권연대가 중요한데 민주당 후보가 나가 3자구도가 돼 야권이 분열하는 것은 국민이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자기희생적인 결단에 국민은 물론 안철수 후보 자신도 깊은 이해와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과 관련해선 "이번 선거가 이동섭 위원장 개인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하기에는 사태가 절박하고 야권 전체가 새누리당에 패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김 의원은 무공천 발표 직전 이 위원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야권 전체 입장에서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힘을 합쳐 달라고 당부 드렸다"며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지 말고 숙고한 뒤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와 진보정의당에 정치적 채무를 졌다"며 "야권연대의 정신을 살려서 무공천하기로 한 것이므로 범야권 후보가 될 인물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흘러 나오고 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5·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무공천과 관련해 "127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아프다"며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진 부채,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런 식의 무공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되면 선거를 앞두고 연대나 단일화에 연연하는 허약한 체질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혁신을 통해 실력과 경쟁력을 키워서 민주당 간판으로 각종 선거에서 당당하게 이길 수 있는 강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원들은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 추천 여부를 놓고 6시간여 동안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전날 오후 4시부터 10시20분께까지 6시간여 동안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노원병 후보 공천 여부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당초 비대위가 별다른 이견 없이 무공천 방침을 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 외로 간담회장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성향 비대위원들은 무공천을 주장한 반면 주류 성향 비대위원들은 공천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결론이 내려지지 않자 문 비대위원장은 대변인 등 배석자들을 간담회장 밖으로 내보낸 채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비대위는 이날 상당한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무공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른 당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으나, 진보정당들의 반발로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졌다.

실제 김지선 진보정의당 예비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민주통합당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했다.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셨던 이동섭 민주통합당 위원장님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뜻을 계승하고 노원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는 선대위 발족식에서 "삼성X파일 사건을 밝힌 노회찬의 정의를 계승하고 서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해 "입장이 없고 싸우지 않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다"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 후보의 새정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앞서 통합진보당 정태흥 서울시당 위원장은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정 후보는 전날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3기 지도부 출범선언대회에 참석해 "이번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국회 자격심사 합의를 보면서 민주당이 더 이상 새누리당의 대항마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안 후보를 겨냥해서도 "꾸준히 새 정치를 얘기하고 있지만 실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그의 주장에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땀과 고통이 배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공세를 예고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이날 민주당의 무공천 소식에 "저는 새 정치를 위해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 정치의 길에서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