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히어로계의 슈퍼갑, '아이언맨 3'

    기고 / 함혜숙 / 2013-05-08 2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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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혜숙(영상 번역가)
    히어로계의 슈퍼갑,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돌아왔다.
    슈퍼히어로들의 조직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리더 역할을 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토니 스타크나 다름없었다.
    <어벤저스> 국내 개봉 후,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기 투표가 실시됐는데 아이언맨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슈트’를 입는 후천성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이 초능력을 지닌 다른 캐릭터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건 왜일까. 토니 스타크 본연의 까칠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군수업체 CEO로 막강한 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이다.
    거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목숨을 걸고 웜홀로 뛰어들어 지구를 구해 내는 강력한 리더십까지 보여 줬으니, 진정한 히어로계의 슈퍼갑이라 할 수 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맨’이란 ‘맨’이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물은 무조건 다 챙겨 보고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SF 영화에도 푹 빠지는 나로서는, ‘맨’과 ‘기계 로봇’이 결합된 <아이언맨>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슈퍼히어로물을 볼 때 나의 자세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허구란 걸 인식하는 순간, 영화는 유치한 삼류 영화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마술이 ‘트릭’이라는 걸 의식하는 순간, 속임수로 전락해 버리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모든 게 ‘진짜’라고 믿어야 한다.
    극중에서 아무리 가슴 조이는 순간이 벌어져도, 우리는 슈퍼히어로가 바람처럼 나타나 지구와 인류를 구해 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아이언맨 3>를 보면서는 마냥 즐길 수가 없었다. 4월 15일에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폭발 테러 사건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잔악무도한 테러범 만다린(벤 킹슬리)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외부 테러범의 소행인지 미국 내부 세력의 소행인지 밝히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테러 용의자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체첸 공화국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외부 테러 조직과의 연계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테러 용의자가 검거된 뒤 거리로 쏟아져 나와 광적으로 'USA'를 연호하는 미국 시민들을 보니, '외부의 적‘을 찾아냄으로써 ’내부의 단결‘이 더 강해진 듯했다.
    <아이언맨 3>에서도 토니 스타크는 외부의 적인 만다린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만다린은 토니 스타크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 낸 악마였다. 여기서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 경찰의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적대 세력을 만들어 냈다. 미국이 국내 안보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때마다, 그만큼 반대 세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테러의 표적이 되곤 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우리는 정의 세력과 악의 세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만, 과연 절대 선과 절대 악이란 게 있을까. 순수한 과학적 열정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들이 종국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로 악용되는 사례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동양 철학서인 ‘중용(中庸)’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족하기보다는 지나칠 때가 많아서 오히려 탈일 때가 많지 않을까. <아이언맨 3>의 만다린처럼, 뜨거운 열정이 집착으로 변해 버리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파멸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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