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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수 소방장(평택소방서 예방과)
황금연휴가 이어진 5월의 셋째 주말 경기도 시흥시에서 불산을 실은 컨테이너가 전복돼 불산 40리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들어 네 번째이다. 5월 18일 오전 8시 42분께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무진아파트 앞 도로에서 화물차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가 넘어져 불산 40여리터가 유출됐다. 유출된 불산은 55% 농도의 희석액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왕복 6차 도로 가운데 3차로 30여㎡가 불산으로 젖었다.
화물차 운전자가 시화공단 방면으로 우회전하던 중 컨테이너가 좌측으로 넘어지면서 안에 있던 드럼통이 파손돼 불산이 흐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로 8m, 세로 3m 크기의 컨테이너에 200리터짜리 드럼통 80여개에 불산 약19톤이 들어 있었다고 전한다.
다행히 파손된 드럼통 수가 적고 파손부위가 작아 유출된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어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날 소방서 및 경찰은 불산이 유출된 도로 인근의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 아파트 주민을 인근 사회복지관과 환경관리센터 등으로 대피시켰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금년도 경기지역에서는 1월 28일과 5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5월 6일 시흥 시화공단, 이번 시흥 정왕동 아파트 단지 앞 도로 등 지난 5개월간 불산 유·누출 사고가 벌써 4차례나 연속 발생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사고 대처 인식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지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G 실트론 공장은 사고 신고를 지연 신고하여 문제가 되었고, 소방차량의 진입을 막는 등 출동로 확보를 방해했다. 또한 SK하이닉스 반도체와 LG 실트론 공장 (1차 사고)은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 홍보를 통해 극소량이 누출돼 신고하지 않았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피해는 인근 주민과 근로자들의 몫이 됐다.
지난해 9월에 발생한 구미 불산가스 유출 사고의 예처럼 주민에게 피해와 함께 환경 재앙을 가져온다. 아직도 직접 피해를 입은 농민과 근로자들은 물론 현재까지 구미지역 전체가 사고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경제 발전기에 우리 경제는 중화학 공업 중심 정책이었다. 화학공장 시설도 노후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지금과 같은 대처와 땜질 대응이 계속된다면 계속되는 재앙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허점투성이의 안전관리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 예방책을, 관련 행정기관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향후 기업들이 소방서로 늑장 신고하거나 소방차량 통행을 확보하지 않은 경우 이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재 정비해야 한다.
계속되는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라는 회전문을 이젠 멈추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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