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내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천제 폐지는 현직 단체장들의 내년 선거 재도전 여부와 기초·광역의원들의 체급 변경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 때 모두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배제를 공약했지만 정작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주춤하고 있다. 정당공천을 배제할 경우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는 반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6월 임시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비롯한 정치개혁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팽팽하게 맞선 찬반기류를 생각하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심지어 여야가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 측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과 각종 지방토착 비리의 원인이 되는 점을 들고 있고 반면 반대 측에서는 헌법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당제도가 지방정치에 필요하고 특히 여성을 비롯한 신진ㆍ소수세력 보호를 위해서도 이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공천을 하지 않았다.
4일 현재 무공천 확대 방침을 놓고 내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10월 재`보선에서도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 원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10`26 재`보선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공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선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10월까지는 무공천으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 총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수도권은 한 사람을 공천해 그 사람을 당선시키기도 어려운데 새누리당 성향의 사람이 (같은 지역구에) 한 사람만 더 나와도 무조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전부 다 없애기에는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분위기가 좀 그런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와 여성지방의원협의회도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존속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들은 전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당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지방선거 공천폐지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중앙여성위원회 회장인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의 사회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여성 정치참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이제 우리 당도 직권 여당의 사명과 책임을 걸고 여성참여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초의회 선거는 30%, 기초·광역단체장 선거는 10%를 여성으로 의무 공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송순임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은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기 위해서는 여성 공천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희 강동구의회 의원은 "여성 후배들을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와 여성 할당제를 사수하기 위해 목숨바쳐 일하겠다"고 말했고, 하선영 김해시의회 의원은 "정당공천제를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 당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오는 10월 재보선 때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황우여 당 대표는 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광역 차원에서는 (정당 공천이) 문제가 없지만 기초 단위는 (무공천)이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4월 재·보선처럼 일관된 입장으로 야당과 협의 중”이라고 말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민주당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문제를 전(全)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현재 상황으로는 어느 쪽으로 결정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의 방향과 주요과제’를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참가자들의 찬반이 분명하게 갈리는 모습이었다.
발제를 맡은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남지민 연구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 여야 후보의 공통 공약”이라며 “지방의 중앙정치 종속과 당내 공천과정 투명화를 위해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정당공천제 덕에 2002년 2.2%에 불과했던 여성 기초의원이 2010년 21.6%까지 올랐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박혜자 최고위원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6월 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비롯한 국회의원 특권폐지 관련 법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라며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검토할 수 있지만, 기초단체장은 여러 측면을 고려해볼 때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치단체장은 (정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야당의 창구 역할이 없어지고, 기초단체장들이 중앙정부에 쏠릴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현역 기초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돼 신진 정치인들의 문호가 좁아질 뿐 아니라 기호를 정하는 문제와 돈 선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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