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 노선이 윤곽을 드러냈으나 정치권 평가는 '코미디 수준'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이 어느 노선을 취할 것인지는 알려진 바 없었으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에 의해 궁금증이 풀리게 됐다.
송의원은 지난 14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시민사회의 자율이 중심이 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지향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19일 열릴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모든 시민의 자유가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특히 노동자 조직 중심이 아니라 노동자를 포함한 중산층과 서민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진보적인 것”이라며 “20세기 자유주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정당들은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국가주의를 지향하고 시민의 자율 개념이 없다"며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송의원이 언급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3년여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창했던 노선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유 전 장관이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 상황을 들어 이미 ‘실패한 노선’으로 평가절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우파가 즐겨 사용해온 자유주의 개념과 좌파가 주창하는 진보를 결합시킨 개념”이라며 “보수와 진보, 좌(左)와 우(右)를 뛰어넘는 제3의 정치세력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나, 결국은 애매모호한 노선”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어 그는 “양손에 든 떡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다 양쪽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마치 실패한 유 전 장관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 전 장관은 2010년 6·2지방선거 낙선 후 같은 해 9월 국민참여당 부설기관인 참여정책연구원장으로 부임하며 '진보자유주의'를 주창한 바 있다. 당시 유 전 장관은 "다원성과 개인의 창의성을 기본으로, 국가가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선행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국민의 삶과 관련된 보육, 육아, 교육, 건강 유지, 일자리 정책 등에서 개인의 창의성은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해법을 찾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송호창 의원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설명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전히 모호하다"며 안철수 식 새정치를 평가절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모 의원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 자유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자유주의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질서의 하나이고 국가의 가치로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걸 새로운 노선이랍시고 들고 나온걸 보면, 그냥 정치를 위한 레토릭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삶이 고단한 국민들을 위해 민생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도 뜬구름 잡듯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혹평했다.
특히 당 관계자는 “전문가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구호로 들고 나오면, 일반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쓴 게 안철 수식 새정치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 정권에서 말하는 창조경제 만큼이나 어려운 말이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진보와 자유주의라는 개념자체가 결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새 정치의 정체성을 하나의 용어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봐도 억지스런 결합"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안철수 의원은 6·15남북정상회담 13주년 기념식 직후, 진보적 자유주의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리가 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그는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원칙이 생길 수 있지만 그 원칙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념보다 실제 어떤 정치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향상시키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역시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