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원조 영웅에서 신격화된 수퍼맨, ‘맨 오브 스틸’

    기고 / 함혜숙 / 2013-06-25 15: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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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나이트> 3연작이 끝나면서 검은 망토를 휘날리던 어둠의 기사배트맨이 떠나고, 최첨단 아이언맨 수트를 착용한 토니 스타크가 그 빈자리를 매우더니, 절대 선의 상징인 빛의 기사수퍼맨이 빨간 망토를 두르고 돌아왔다.


    수퍼맨이 배트맨이나 아이언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이 아닌 외계에서 온 존재이자 초능력을 타고난 태생적 수퍼히어로라는 점이다. 78년도에 첫 등장한 수퍼맨은 평소에는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어리숙해 보이는 기자로 일하다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회전문에서 초스피드로 옷을 갈아입고 날아가곤 했다.


    당시 수퍼맨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인 로이스 레인이 죽자 지구를 거꾸로 돌려서 다시 살려낼 만큼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순정남이기도 했다.


    요즘 들어 토니 스타크 같은 나쁜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때는 수퍼맨 같은 착하고 로맨틱한 남자가 대세였다. 수퍼맨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을 뿐 아니라,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모두의 마음속에 진정한 히어로로 자리잡았다.


    그러다 2006년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수퍼맨 리턴즈>가 팬들에게 혹평을 들은 뒤,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에 참여한 리부트작 <맨 오브 스틸>로 수퍼맨이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빨간색과 파란색의 원색 수트에서 회색빛이 감도는 세련된 수트로 바뀐 만큼, 영화의 톤이 많이 달라졌다. 주인공인 수퍼맨의 캐릭터 색깔도 좀 더 다운되고 무거워졌다.


    <300>을 연출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액션 비주얼과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색깔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300>에서 보았던 완벽한 근육을 자랑하는 수퍼맨이 극강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처럼 진지한 자아 성찰에 빠진다고나 할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지만 <다크나이트>보다도 유머기가 더욱 쫙 빠진 <맨 오브 스틸>의 수퍼맨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기다리던 원조 수퍼히어로의 모습이 아니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수퍼맨의 고민과 방황기를 보면서 예수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인간과 달리 초인적인 힘을 지녔으니 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는데, 예전에 수퍼맨을 볼 때는 예수나 신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우리 모두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유난히 수퍼맨이 신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수퍼맨의 친모인 라라가 갓난아기인 칼엘을 지구로 보내기 직전에 인간들과 달라서 배척당하고 죽임을 당하면 어쩌냐고 걱정하지만, 친부인 조엘은 칼엘이 인간들에게 신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이렇게 영화는 초반부터 노골적으로 수퍼맨을 신격화시켰다.


    인류를 도와주는 친구이자 정의의 사도로 느껴지던 영웅이 갑자기 신이 되어 돌아오다니, 아직은 낯설고 당황스럽다. 그래도 클락이 트레이드마크인 뿔테 안경을 쓰고 데일리 플래닛 신문사에 기자로 취직하는 모습에 옛 첫사랑을 만난 듯 설레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후속편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니,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배트맨 시리즈는 만화처럼 유치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고, 자유분방하고 까칠한 아이언맨 조니 스타크마저 <아이언맨3>에서 삶의 회의를 느끼며 고민에 빠졌었다.


    슈퍼히어로들의 성격과 고민거리가 점점 더 복잡하고 진지해지는 게 대세라지만, 수퍼맨까지 꼭 그래야 할까.


    이전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도 좋지만, 수퍼맨 본연의 색깔과 매력이 담기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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