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시큰둥...이재오 나홀로 개헌 목소리
[시민일보]강창희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을 맞아 "내년부터 개헌논의를 본격화 하자"고 공식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 6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현행 헌법이 이뤄진 지난 1987년 이후 우리 사회의 규모와 내용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내년 초부터 공론화를 시작,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 바로 개헌에 착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의장은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도 되지 않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안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면서 "지금은 새 정부가 북핵 위기, 경제침체, 재정위기를 비롯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해결해야할 시기이자 새정부에게 적어도 금년 말까지는 총력을 기울여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말로만 그친다면 개헌의 적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며 "개헌논의의 물꼬는 크게 열고, 국회는 개헌특위를 구성해서 각계각층의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의장은 "개헌 작업에는 모든 정파가 초당적으로 참여해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제2의 제헌'을 하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서 통합과 공정과 상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지금이 헌법을 새롭게 손 봐야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기에 딱 적절한 시점"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었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윤근 민주당 의원의 <개헌을 말한다> 출판기념회 축사를 통해 "25년의 산업화, 25년의 민주화 시대 통틀어서 50년, 그중에 딱 절반을 차지하는 1987년 2012년까지 우리 역사의 큰 덩어리 하나가 매듭지어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다음해인 2013년에 우리가 오늘 서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개헌논의는 대통령이 이끄는 것보다 국회에서 제대로 절차를 거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개헌이 이뤄줘야 한다는 것이 70% 이상의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며 “개헌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국회차원의 개헌논의를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개헌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시큰둥한 분위기어서 개헌 논의가 당장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개헌문제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헌법학 태두’로 불리는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87년 체제가 낡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뭐가 낡았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임기 말에 추진했다.
임기 초에 추진했으면 됐을 수 있었겠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4년중임제 개헌을 하려면 현직 대통령은 중임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만은 예외로 해 현직 대통령도 중임을 허용하면 인센티브로 작용해 열심히 개헌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여권 대선주자군은 보이지 않고, 야권 주자군은 안철수 의원이 두드러지지만 안철수가 움직인다고 해서 당장 민주당 의원들이 확 쏠리지 않고 있다”며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당시의 박근혜처럼 확고한 대통령감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민주당-새누리당 의원들이 권력분점 개헌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태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 하에서 헌정주의가 정착된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에 초점을 두면서 정치엘리트의 밀실담합에 의해 졸속적으로 개정돼 상당히 손을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특히 차기 총선 및 대선과 연관된 개헌논의는 박근혜정부의 집권초부터 민생문제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현안을 빨아들이는 '개헌 블랙홀'이 돼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시급하게 개헌을 추진하기보다는 국회가 학계, 시민단체, 이익단체, 기업 등을 아우르며 개헌을 포함한 헌정질서를 연구하는 모임을 개최하면서 안으로는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등의 개혁에 경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행헌법 제4장의 표제인 '정부'는 '행정부' 또는 '집행부'로 바꿨으면 한다. 광의의 정부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관련, "정치적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한번 선출되고 나면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 평가와 문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임제는 대통령이 자의적이고 독단적으로 무책임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국정을 운영할 유인을 제공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개헌을 할 경우 국무총리직을 폐지하는 대신 부통령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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