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지난 18일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수도권 공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민주당 기초자치선거정당공천제찬반검토위원장인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정당공천제 폐지 결론을 재차 소개하면서 대안으로 여성명부제 도입, 정당표방제 도입, 정당별 일괄선거기호제 폐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성신여대 법대 정연주 교수는 "결국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허용은 헌법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남구을 지역위원장인 안귀옥 변호사도 “공천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와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공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이를 없애자는 것은 혼인과정에서 부부갈등으로 이혼하는 부부가 많으니 결혼제도를 없애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공약이니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있으나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욱이 대선후보가 했던 그 많은 공약 중에서 공천제폐지에 대한 공약만을 꼭 이행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경기도 시흥시의원도 “지방자치는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며 “정치적 결정이 시류에 흔들려 가는 것을 보면서 지지자들은 어떤 마음이겠느냐. 너무나 가볍고 경솔한 결정들이 50년의 정당을 흔들고 있다”고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공천제 폐지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를 위한 제도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진출은 요원해지고 돈 많고 조직이 큰 지역 토호세력들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폐지 찬성 의견 또한 상당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여성의 지방의정 대표성 증대 문제나 정당공천 폐지의 헌법적 문제는 대선공약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정당이 공약을 철회하려고 한다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그런 공약을 내걸고 국민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당공천폐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구의회의장협의장인 박용모 송파구의회 의장도 "지방자치는 생활정치 속에서 주민을 위한 민생정치가 돼야 하므로 지역의 능력 있는 인사를 주민 스스로가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정당공천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지방분권전국연대 박재율 공동대표도 "대선공약에 이어 찬반검토위원회에서 거듭 폐지결론을 도출했음에도 전당원투표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당공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고 당 지도부의 전당원투표 방침을 비판했다.
한편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대선공약 이행촉구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전날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상당수 의원들이 자신의 공천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적인 공천폐지 반대투표를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며 “이미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국민여론과 당원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일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권고한데 이어 전국 권역별 공청회를 열기로 하고 지난 15일 호남·제주권을 시작으로 16일 충청권, 17일 영남권에 이어 18일 수도권 공청회를 통해 당론을 모으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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