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두고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장 교수는 12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제도 같은 건 잘만 만들면 도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그렇게 안 하면 경제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게 돼 있다”고 복지제도 확대를 주장하면서 재원마련 문제에 대해 “재원은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하면 반발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그건 시각을 바꿔야 되는 게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정부에서 잘못 쓴 것도 있고, 세금이라면 정부에서 걷어다가 어디 태워버리는 돈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세금이 길이고, 세금이 학교이고, 세금이 탁아소”라며 “정부도 돈을 걷어서 복지비 지출을 잘하는 기술을 배워야 되고, 국민들도 세금을 내면 이런 식으로 해서 복지로 ‘나한테 이만큼 돌아오는구나’ 하는 경험도 해야 된다. 그래서 (세금을)서서히 올려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는 이미 과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이 10%가 채 안 되는데 OECD 평균이 20%이고, 높은 나라들도 30%가 넘는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인데 멕시코는 사실 OECD에 둘 수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거기에 둘 만한 나라 중 복지에서 (우리나라가)제일 꼴찌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저출산율로 인한 고령화 문제, 여성의 육아 문제, 교육 문제, 일을 하다가 직장에 복귀하는 것을 도와주는 제도가 정비 안 되면 이런 문제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가 점점 교육을 통해 열심히 해서 계층 상승을 하는 게 불가능해지니까 그러면 점점 사회가 신선한 피로 수혈이 안 되면 동맥경화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복지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복지제도와 같이 종합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창조경제론에 대해서도 “창조경제라는 게 첨단산업, 벤처기업에만 적용되는 걸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경제 전체가 창조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노동자 한 명까지도 다 창조성이 있어야 되는 건데, 그렇기 위해 복지제도를 잘 정비해서 젊은이들이 좀 더 진취적으로 직업 선택을 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이것 했다가 잘못되면 인생 완전히 망친다’라고 생각하면 누가 진취적으로 행동을 하겠는가”라며 “새로운 것은 항상 실패의 위험이 따르는 것이고 그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안전망이 있어줘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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