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마련해야 하는 데...논의자체 불가능
[시민일보]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야 당 지도부에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여성정치참여 확대방안 토론회' 축사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가 우리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이끌 여성정치인들의 등용과 활약에 오히려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실제로 정당공천제 이전인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불과 3.2%에 불과하던 지방의회 여성정치인 점유율이 도입 직후인 2006년엔 13.7%,2010년에는 19.1%로 올랐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시 여성정치인 비율 하락을 우려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난 기초선거에서 중앙당의 지나친 개입, 지방정치의 중앙정치화, 부패·비리 등의 정당공천제로 인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부작용이 있는 제도라고 해서 순기능을 모두 무시하고 폐지해 버린다면 그것은 발전이라기보다 오히려 퇴행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기존에 의무 할당됐던 여성·장애인 비례대표 당선자를 더 이상 배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토론회 인사말에서 “여성의 참여확대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한 대안이 전제되지 않고 정당공천제 폐지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여성참여는 2002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성의 대표성 확대라는 대의에 정당공천제 폐지는 예상치 못한 쓰나미가 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공천폐지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황우여 대표는 “공천폐지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고,전병헌 원내대표도 "2014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정당공천의 폐지로 인한 여러 변화들을 분석하고 기존의 순기능들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 대치국면에서 대안마련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여야가 정치분야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지난 3월 정치쇄신특위를 구성했으나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 간 강경대치가 계속되면서 위원회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당론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 내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조속한 시일내에 당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새누리당이 뒤늦게 당론을 결정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속도를 내지 않기로는 이미 전당원투표를 통해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공천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하던 초기와는 달리 관망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폐지로 당론이 결정된 이후, 당비납부나 당 행사에 참여하는 당원들이 소극적으로 바뀌는 분위기여서 당혹스럽다"며 "일단은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새누리당에서 (공천폐지를) 막아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솔직히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천폐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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