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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 순경 |
갈산지구대는 신고건수가 많은 바쁜 지구대인데 신임이라 여러 가지로 낯설고 조심스러운 것이 많은데 신고까지 많다보니 일한지 한 달 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러 종류의 신고에 출동하게 됐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사건을 겪어 볼 수 있는 배울 것이 많은 지구대인 것 같다. 여러 신고들 중에서는 일이 잘 해결돼 뿌듯했던 신고들도 있었지만 신임인 나에게 회의감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신고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허위신고다.
어느 날 곧 자살을 할 것 같다는 다급한 내용의 신고를 지령 받았다. 그래서 나와 선배 조장은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신고자가 있는 위치로 급히 출동을 했다. 가는 도중에 나는 '자살 기도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이미 자살을 했으면 어떡하지?' 등 오만가지 생각들과 내가 경찰관으로써 신고자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를 생각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는 동안 순찰차는 신고자의 집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집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자 중년의 남자가 술에 취한 채 태연하게 문을 열고 나왔다. 우리가 신고경위에 대해 설명하자 그 사람은 자기는 신고를 한 적이 없으며 도리어 우리보고 왜 왔느냐며 술주정만 늘어놓았다.
확인 차 발신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이 사람 집에서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고 '이게 바로 허위신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 하루 동안에만 이 허위신고자는 몇 번의 신고를 더 했다. 모든 신고를 빠르고 성의 있게 나가야하지만 이 신고자의 두 번째 신고를 받고 나갈 때는 솔직히 긴급함이 떨어진 채 출동을 하게 됐다.
결국에는 세 번째 신고로 출동을 하게 됐을 때 다른 밀린 급한 신고부터 출동하고 그 다음에 이 세 번째 신고를 나가게 되는 지경까지 됐다. 세 번째 신고를 나갈 때에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허위신고자가 나중에 정말 경찰관의 도움이 필요해 다급하게 신고를 하게 됐을 때, '이번에도 허위신고겠지'라는 선입견을 갖고 느긋한 마음으로 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허위신고자 자신에게도 미치지만 허위신고에 출동하느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신고자에게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허위신고의 일을 겪고 난 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신고출동을 하는 경찰관, 허위신고자, 경찰관의 손길을 기다리는 또 다른 신고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신고를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지금은 허위신고를 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여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단순 허위, 장난 신고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에 의거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벌받고 사안에 따라서는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한다.
분명 예전보다는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 확실하고 이로 인해 예전보다 허위신고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지만 이것이 과연 허위신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하면 허위신고를 근절시킬 수 있을까?'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신임 경찰관으로써 내가 우리 조직과 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임무임을 깊이 인식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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