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가 싸우는 대상 北 아니라 외래 침략자”
[시민일보]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국정원과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 내용과 녹취록 일부가 언론에 보도됐다.
2일 종편 <채널A>가 단독 입수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지난 3월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지하혁명조직 RO의 핵심 요원들만 모인 비밀 회동에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에게 3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 중 첫번째는 미군 레이더기지에 대한 정보 수집이었다. 이러한 지침이 내려진 올해 3월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때로, 당시 이 의원은 "지금은 전쟁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또 구속영장에서 RO 조직원들이 정해진 선서 절차를 거쳐 가입했다고 밝혔다. '우리의 우두머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비서동지, 즉 김정일이라고 답하고,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엔 '혁명가'라고 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한편 <채널A>에 따르면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상가 건물에 이석기 의원이 주도하는 지하혁명조직, 이른바 'RO'가 모였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의 국회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이 의원 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RO는 이석기 의원의 국회 입성을 '혁명의 교두보'로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은 같은 달 비례대표 경선을 실시했고, 당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의원은 27%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결국 통진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19대 총선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6월, 'RO'는 다시 회합을 했다. 통진당 당직자 경선에서 RO 조직원들이 승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때 통진당은 부정경선 사태로 내분을 겪는 중이었고, 서울시당은 이석기 의원에게 제명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제명안은 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고, 결국 이 의원 등이 통진당을 장악했다.
특히 <한국일보>는 이날 A4 62쪽 분량의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전문에는 이석기 의원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총기 마련과 기간시설 파괴 등의 논의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 세계 최강이라는 미 제국주의와 전면으로 붙어서 조선 민족의 자랑과 위엄과 존엄을 시험하는 전쟁에서 승리의 시대를 후대에게 주자"거나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바로 북이 아니라 외래 침략자라는 것"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전쟁 준비' 발언에 대해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하루 전이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고 말한 것"이라는 해명과 상반된 발언이다.
이 의원은 또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사제 폭탄 발언 등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끝으로 전체 다수의 대중들이 동지들이 모였으니깐 표현을 우회해서 물질, 기술적 총은 언제 준비 하느냐"며 "인터넷에 보면 쟤들이(미국 추정) 우리보다 훨씬 치밀하게 향후 조선반도의 정세에 군사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사제폭탄 매뉴얼도 공식도 다 떴는데, 쟤들은(한국의 보안당국 추정) 이미 벌써 그걸 추적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사이트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굉장히 많이 있다"며 "심지어는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 공식도 떴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2만여명이 모인 미국 보스톤 마라톤 현장에서는 압력밥솥 폭탄 두 개가 연달아 터져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180여명이 숨지거나 다친 바 있다.
또한 이 의원은 "알게 모르게 침투했던 계량주의, 합법주의, 공산주의 등을 척결하는 주요한 시금석, 물질적 기준이 너무나 분명하다"며 "기본 가치만 서면 정말 물질, 기술 준비의 어마어마한 내용들은 자기 사업장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루 권총이란 사상"이라며 "이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과(보다) 더한 가치가 있고 우리가 관점만 서면 핵무기보다 더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예를 들면 보안사항인데, A라는 철탑이 있다고 하자. 그 철탑을 파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 방법은 내가 알지 못한다"며 "그런 경우가 무궁무진하다. 존재가 보이지 않는데 엄청난 무기가 있어서 도처에서 전국적으로 그런 세력이 전쟁을 한다면 그 새로운 전쟁에 대한 새로운 승리를 새로운 세상을 갖추자. 언제부터? 오늘부터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 의원이 자신은 강연만 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는 지난달 30일 해명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초 이정희 대표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거야말로 현 정세를 바라보는 일관된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한 부분도 나온다.
그는 "그 당시 긴장국면 대부분이 미국에서 만든 건데, 북에서 마치 그 전쟁을 조장하여 된 것인 양 오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오판할 수 있는 원인을 왜 진보당에서 제공하느냐"며 "그것은 민주당에서 하면 되지, 우리는 침묵하면 되는 거예요"라고 거듭 이 대표를 질타했다.
이 의원은 더 나아가 이 대표를 조롱하는 듯 "그렇게 말한다고 종북 아니야"는 등, 이 대표의 기자회견 기사에 딸린 댓글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이를 두고 진보당의 세력구도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실제 진보당 주변에서는 "이 의원 중심의 경기동부연합이 진보당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 대표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말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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