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새누리당 지도부가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당원들에게 무죄 선고를 내린 사법부를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법부 판결이 존중돼야 하지만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대리 부정 투표는 누가 봐도 기본질서를 위배하고, 초등학생도 다 아는 선거 4대 원칙을 훼손했다"며 "보통, 평등, 직접, 비밀 등 헌법상 투표 기본 4대 원칙이 당내 경선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리투표를 무죄라고 한다면 기계적이고 1차원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반장선거에도 적용되는 원칙인데 정당의 당내 경선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민주주의 원칙과 정신이 무시되는 제 2, 3의 대리투표 부정 경선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재판에서 사법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상식에도 맞지 않고 민주주의 기본원리 저버린 해괴한 판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선거 4대원칙을 당내 경선에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니 무죄'라고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리투표는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반민주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6개 법원에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유죄 선고했는데 이들은 법을 몰라서 유죄를 선고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최고위원 역시 "이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가세했다.
이어 "대리투표 행위는 정당 내 의견수렴이 아니라 비례투표 의원 선출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의원 선거와 동일한 성격“이라며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결은 국민 불신을 넘어서 국가 송두리 째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단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다른 법원에서는 징역까지 판단했는데 (서울중앙지법의) 경선 무죄 판단은 어떤 근거로 한 것이냐"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지난 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최모씨 등 4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내 경선의 경우,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어 반드시 공직선거에서의 직접투표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들의 관계를 볼 때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하는 점 등을 무죄판결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경선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거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공직선거에서의 보통·직접·평등·비밀 투표라는 4대 원칙이 그대로 준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 대부분 부모·자식 관계나 부부, 형제, 지인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특별한 사정으로 투표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행위는 '위임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대리투표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포기하고 대리투표 금지에 대한 당헌·당규 등을 마련하지 않은 통진당 당직자들과 선거 관련 담당자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헌법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헌법상 선거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면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는 원칙"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통진당원 최씨 등 45명은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전자투표 과정에서 다른 선거권자들로부터 인증번호를 알아내 투표시스템에 접속해 대리투표를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대리투표 횟수가 많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한 20명을 구속기소하고, 비교적 범행가담 정도가 경미한 44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지난달 열린 최씨 등 45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선 가담 정도에 따라 벌금 200만원~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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