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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지역의 발달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지난 10월 5일 양평 '외갓집 체험마을'을 방문해 심리 치유를 위한 힐링 캠프를 열었다. 사진은 부모님과 함께 송어잡이 체험을 하고 있는 장애아동들의 모습. |
區, 장애여성들과 보건소 시설 살펴
이용시 느꼈던 불편감ㆍ개선점 수용, 취약지역 선정 맞춤건강관리법 제공
민간병원 대상 '장애인 친화' 인증도
[시민일보]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지역내 장애여성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추진 중인 "모두 함께~ 강동 장애여성 건강행복 프로젝트"가 절반 이상 진행되며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강동구가 지난해 서울시 여성건강관리 시범사업 과정에서 파악한 장애여성들의 건강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강동구의 장애인 단체인 '장애여성 공감'에서 실시한 '주관적 건강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건강 상태가 나쁜 편이라고 느끼는 비율은 일반인 19%, 장애 남성 44%였는데 장애여성은 56%가 그렇다고 대답해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강동구에는 총 1만8000여명의 장애인이 있고 그중 51%가 지체 장애인이다. 또한 등급별로는 가장 경미한 장애등급인 6급이 25%로 가장 많고 5·3·4급 순서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체장애인은 활동보조기구와 약간의 배려가 있다면 큰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비교적 장애 정도가 약한 낮은 장애급수를 가진 사람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찾아가는 돌봄 프로그램과 별도로 여건이 된다면 장애여성들 스스로 건강관리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구는 이러한 장애 여성들의 건강관리 수요와 강동구의 현실을 감안해 구가 찾아가는 돌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이 스스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다른 장애인들과의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열악한 건강관리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내 장애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강동구 보건소·강동 경희대학교 병원·장애여성 공감·강동구 장애인 부모회·녹색 소비자연대가 함께하고 있다.
▲ 장애 친화적인 보건소 만들기
2012년 '장애여성 공감'이 강동구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용하는 병원이 강동구 지역내인가'란 설문조사 결과에 51%가 지역외 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병원까지의 이동이 어렵고 가더라도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란 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보건소부터 장애여성들이 이용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8월 장애 여성들과 활동 도우미, 장애여성단체 직원들을 초대해 보건소 이용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보건소를 방문한 장애여성들은 보건소내 시설을 살펴보고 직접 건강검진과 상담서비스를 받으며 동선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보건소 이용시 느낀 점들을 보건소에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보건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보건소 이용의 단점들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보건소는 이 의견들을 수용했다. 다만 시설 개선과 관련한 부분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개선할 수는 없고 향후 관련 예산을 신청하기로 했다. 대신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이 강사로 나서 2회에 거쳐 장애인들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응대 방법을 배우기 위한 '장애 감수성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전후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교육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88%였다.
▲ 장애인·보호자들의 연대 구축 및 심리치유
장애인들은 아무리 급수가 낮더라도 보호자가 없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발달장애인들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체에 비해 정신적인 성숙이 부족해 육체적인 힘은 성인에 준하지만 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없으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담이 그 부모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그동안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장애인 부모모임은 소규모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8월 그 모임들이 '강동힘찬부모 네트워크'로 뭉쳤다. 여기에는 '함께가는 강동 장애인 부모회' '지적 장애인복지협회 강동 지부' '천사들과 함께하는 아버지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지난 9월 장애 자녀들을 키워온 사례 토론회를 열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어린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얻어가기도 했다.
또한 지난 10월 초에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1박 2일로 양평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여행은 보호자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장애 아동들에게는 평소할 수 없었던 체험을, 장애가 없는 아동들에게는 장애가 있는 형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송어잡이·고구마 캐기 등 체험을 하고 특히 '천사들과 함께하는 아버지회'는 자신들의 경험을 아동들과 나누는 시간을 보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구는 이러한 연대가 장애인과 그 보호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장애 여성들의 실태 파악 및 정보 제공
지난해 '장애여성 공감'이 지역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장애로 인해 특별히 요구되는 관리나 치료를 받는 중인가' 란 질문에 '그런 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이 64%였다. 그 이유로는 '적당한 건강관리 방법이 없어서' 란 답변이 22.1%, '건강관리 방식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10.4%였다. 장애 여성들은 대체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지 않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건강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실제로는 적당한 건강관리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해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천호2동 지역의 여성 지체장애인 전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건강상담을 실시했다. 천호2동은 강동구내에서 여성 지체장애인과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데다가 큰 의료기관과의 거리가 멀어 건강 취역지역으로 꼽혀왔다. 상담은 강동경희대병원 의료진이 천호2동 주민센터에서 10월 중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구는 장애여성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이 가능했고, 장애여성들은 자신에 맞는 건강관리법을 상담받고 건강100세 상담센터를 통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정보제공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의료진이 참여 여성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강좌를 실시했다. 또한 참여자들이 모여 동료상담을 진행하고 심리치료를 받는 등 지속적인 만남과 정보교류를 하도록 '장애여성 공감'이 지원하고 있다.
▲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들은 장애인들에게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조모임을 결성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여건을 만들어주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또한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일방적 복지 제공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한 맞춤형 복지 제공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지역의 일원으로 합류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남은 것들이 있다.
장애인들은 몸의 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아 마음마저도 쉽게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는 오는 12월 중 지역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 부모들의 장애 관련 정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사례 발표회 및 토론회도 한두차례 계획되어 있다. 이와함께 공공의료뿐 아니라 일반 병원에도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간 병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친화병원 인증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가 항목을 만들고 지난 10월21일에는 지역내 의료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이 사업에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강동미즈여성병원·고은빛산부인과·해온한의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중에 인증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민간 병원들이 장애 친화적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에서 비용을 지원해 올해 7~12월 진행되는 시범 사업인데 오는 12월27일 지역 주민·장애인 단체·프로젝트 자문위원 등이 참여해 평가회를 열어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평가결과가 좋다면 내년에도 사업이 지속되거나 혹은 다른 자치구들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강동구는 이 사업을 내년에도 시행하길 원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예산을 책정할 방침이다.
박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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