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이해식 구청장이 싱싱드림 매장 운영 100일을 기념해 매장에서 1일 판매원 체험을 하고 있다. |
[시민일보]서울 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오는 2014년부터 강동구내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용 식자재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는 강동구가 2009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도시농업과 로컬푸드 사업이 맺은 결실이다. 한편 구는 이외에도 자체 예산으로 지역내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 구입 비용을 보조하고 친환경 농산물 직매장을 운영해왔다. 내년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음식점 인증제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 서울내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서울에 공급
식품의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의 거리가 길면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해야 하고 운송과정에서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고 환경오염도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바로 반경 50km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을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들은 로컬푸드가 아니다.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를 통해 지역내 800여개 학교에 공급되는 식자재들은 경기부터 제주에 이르는 전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아직까지 서울에서 생산된 식재료들은 학교 급식에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한편 2012년 통계청이 발간한 농림어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연간 5600여톤이다.(화훼, 관엽 제외) 그중 강동구는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2100여톤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강동구내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1년간 소비하는 농산물의 양이 650여톤인걸 감안하면 다른 지역으로 농산물을 공급할만한 여력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구는 내년부터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에 지역내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 서울시내 학생들이 급식으로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센터측에서 먼저 구에 농산물 공급을 요청한 사실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내에 현실화될 전망이다.
▲ 무상급식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현재 시행 중인 학교 무상급식의 비용은 서울시 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각 자치구가 20%를 부담하고 있다. 강동구는 이와 별도로 올해 14억원의 비용을 지역내 초등학교에 지원, 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해왔다. 보통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싼 경우가 많은데 그 차액을 구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6개 초등학교 2만5000명의 학생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다.
구는 이 사업을 위해 2008년 ‘서울특별시 강동구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2009년 5개 초등학교에 친환경 급식을 지원하기 시작해 2011년에는 전체 초등학교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런 지원 덕분에 강동구내 초등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쌀·잡곡 등의 농산물은 ‘무농약’ 등급 이상, 돼지고기 등의 축산물은 ‘무항생제’ 등급 이상(소고기는 한우 1~3등급), 수산물을 포함한 가공식품들은 국내산으로 공급되고 있다. 다른 자치구들 중 일부 학교 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역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강동구뿐이다.
▲ 친환경 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
요즘 소비자들은 어중간한 것을 찾지 않는다. 아주 싸거나, 비싸더라도 가치있는 것에 지갑을 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식재료 중에서 가치있는 것으로는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농산물들이나, 이를 사용해 만든 음식의 가격이 높은 것은 키우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더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사실은 값싼 수입산 농산물을 사용하고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했다고 속여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때문에 원산지에서 작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소비지에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가칭 ‘친환경 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이는 구가 인증받길 원하는 음식점들의 식재료들을 철저히 점검해 정말 식재료가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인지 확인하고 그 사실을 인증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소비하도록 보증하는 제도다. 이 인증을 받은 음식점은 구에서 적극 홍보해 영업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또한 이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12월 중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협의회와 지역내 음식점 6곳을 연결해 시범운영하고 이 제도의 문제점과 장점 등 검증을 실시한다.
▲ 바로 수확해 바로 공급하는 친환경 로컬푸드 전문매장
지난 6월 강동구 고덕동 강동도시농업지원센터 1층에 ‘싱싱드림’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은 강동구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받아 생산자가 직접 본인의 사진과 정보를 표시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매장은 1일 평균 방문객이 250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 됐다.
이 매장의 장점은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다는 점이다. 당일 오전 10시 강동구내 친환경 농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냉장 탑차를 이용해 매장으로 가져온다. 이 농산물들은 세척과 잔류농약검사를 거쳐 낮 12시면 매장에 진열된다. 잔류농약기준치 이상인 농산물을 판매할 경우 해당 생산자는 1년간 싱싱드림 매장을 이용할 수 없다. 수확부터 진열까지 걸리는 시간이 3시간에 불과하고 센터에서 직접 농약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안전하다.
또한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산물들은 센터가 생산자들에게 구입한 후 마진을 남겨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센터는 판매장소 제공, 잔류농약 검사만을 담당하고 판매가격은 생산자가 결정한다. 센터는 매출의 일부분을 수수료로 받고 판매되지 않고 남은 상품은 생산자가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싼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일반 농산물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평균 70%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농산물과 대비하면 평균 30% 정도의 가격이다. 가장 싼 것은 백화점 대비 13%에 불과한 품목도 있다. 이런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싱싱드림 매장의 이용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강동구는 지역내 개발제한구역의 비중이 높아 건축물을 짓는 등의 방식으로 개발하기엔 성장의 한계가 일찍 찾아올 수 밖에 없다. 구는 오히려 이런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내의 농가들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하는 등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지역내 농지 중 9%가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 기준 서울시 전체 친환경 농가 95곳 중 52곳이 강동구에 위치해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해 주민들에 공급하는 로컬푸드를 실현했다. 강동구의 이러한 정책은 주민들의 건강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내년에 서울시 학교급식에 강동구의 친환경 농산물이 보급되면 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성 기자 pk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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