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잔인한 사회

    기자칼럼 / 오현세 / 2014-04-09 17: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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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신문 펼치기도, 뉴스 보기도 두렵다. 두렵고 싫은 정도를 넘어 요 며칠은 신문과 뉴스 화면만 봐도 소름이 끼친다. 연일 반복되는 아동학대살인사건 때문이다.

    이런 사건에 대한 역겨움에 뒤이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이러한 기사를 그토록 상세하게 보도하는 언론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간들인가.

    지인 중에 큰 사업에 실패한 어떤 분의 실화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탈세혐의로 그를 소환한 검사는 심문 첫날 처음 피의자의 신분이 되어 신경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진 그를 앉혀놓고 아무 말 없이 서류만 뒤적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초한 심정이 폭발하려는 때쯤, 옆 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잠시였지만 사람이 죽도록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계속됐다.

    그 때를 이야기하던 그는 스스로 결백하기 때문에 겁 낼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굳게 믿고 있던 자신이 그 비명소리와 함께 참담하게 무너졌다고 말하며 눈을 감았다. 언뜻 그의 감은 눈꼬리에 번지는 물기를 보고 내 마음도 참담해졌다.

    이러한 고문 방법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녔다. 비 인간적인 집단은 거의 모두가 이 방법을 사용했다. 나치가 즐겨 사용한 것이 옆방의 아내나 자녀의 비명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사형당한 한 친위대원은 원하는 목적을 얻는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런 것을 지금 보이스피싱하는 짐승들이 답습하고 있다. 아이 비명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싫지만 아동 학대 기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고백하건대 나는 그 기사들을 상세히 읽지 못했다. 눈에 들어 온 몇몇 소제목만과 스치는 단어들만으로도 나를 고문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상세한 부분은 왜 그리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가. 거기 쓰여있을 상세한 잔인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

    잔인한 사건을 그렇게 상세하게 쓰는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한 글로 독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런 기사를 통해 독자가 느끼게 되는 점들을 생각해 보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어찌 이런 일이?’다. 그 다음에는 인간의 짐승성과 자신의 무력함과 불완전한 구조를 지닌 사회에 대한 분노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은 결국 그 독자 개인의 인성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 이것이 문제다. 이것이 사건 자체보다 더 큰 문제다.

    나치하의 수용소에 관한 빅터 프랭클의 글을 보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타인이 기압을 받거나 구타를 당할 때, 차마 그 광경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런 일들이 일상화되자 차츰 마음이 무뎌지고 나중에는 당연한 일로 치부하더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사회의 구성인들을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어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바꾸고 싶냐고. 그 구성원 중에 당신뿐 아니라 당신들의 자녀까지 속에 있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의 주의를 자극하기 위해 그런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은 알아야 한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자신은 그런 잔임함을 입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잔인한 인간이라는 사실과 그런 자신의 잔인함으로 우리 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심한 욕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잔인함’을 입에 담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들이다. 이런 잔인한 사람들이 대중의 입을 대신하는 이 잔인한 사회는 언제나 변하려는가?

    잔인함은 일어나서는 않되는 상황에서 생길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잔인함과 절대 생겨서는 안되는 가정에서, 혹은 아녀자에게 일어나는 잔인함은 비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것은 잔인함을 무기력하게 전해 들어야 하는 현실임을 알아달라고 애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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