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長)다운 장(長)

    기자칼럼 / 오현세 / 2014-04-21 17: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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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조난 사고로 온 국민이 공황상태다. 조난 가족들의 슬픔에 애간장이 녹고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치가 떨리고 관료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대부분의 지난 사고에서도 그러했듯 이번 사고도 인재다.

    사고와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른바 천재지변이라고 부르는 재난 이외의 사고는 모두 인간 때문에 발생한다. 자동차 사고는 말 할 것도 없고 다리, 건물 등의 붕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없애고 다리를 없애고 고층건물을 없앨 수는 없다.

    때문에 온갖 규정들이 존재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있고 그래도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들이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그런 규정들이 아무리 완벽하면 무얼 하나.

    사람이 물에 빠지면 반경 얼마 안에 있는 사람은 무조건 물에 뛰어 들어 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다고 물에 빠진 사람이 모두 구조되는 것도 아니고 규정이 없다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물에 뛰어드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사고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이 제일 먼저 도망쳤고 관련 부처는 명확한 지시를 못한 채 천금 같은 시간을 목숨으로 메웠다. 규정이 없어서였나?

    인명을 앗아가는 것은 미비한 법이 아니라 썩은 정신이기 때문이다. 법규가 아니라 썩은 정신이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 이 점을 뼈에 새겨야 한다. 모름지기 장(長)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사람은 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되새겨야 한다.

    장(長)은 그 집단의 어른이고 결정권자이며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가장(家長)이 된 자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도 식구들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집안의 장(長)인 것이고 소대원의 목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기 때문에 소대장인 것이다. 이런 장(長)의 할 일을 법규로 시시콜콜 정해야 하는 것부터가 비극이다. 선장의 할 일은 승객의 안전, 그 외에 무슨 법규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 간단한 장(長)의 할 일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장(長)을 단지 고소득을 위한 자리나 많은 권한을 누리는 자리로 인식하는 썩어빠진 인간들이 사회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보좌관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이번 사고 주무부서의 장(長)이다. 일반인의 머리로는 도무지 상상조차 안 되는 인간들이 우리 사회의 장(長)을 맡고 있다.

    작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 때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한 여승무원들을 현지 매스컴들은 영웅이라고 불렀다.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석해균 선장, 몸을 던져 테러범으로부터 여행객을 보호하고 폭사한 제진수 사장 등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이 책임진 사람들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장(長)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바로 장(長) 중에 장(長)답지 않은 장(長)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부탁하건대 ‘처벌을 강화하겠다’거나 ‘안전에 관한 법규를 강화하겠다’는 따위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長)답지 못한 인간들을 걸러내고 장(長)다운 사람이 장(長)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노라는 다짐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무도한 세상에 인(仁)이 실현되려면 한 세대가 걸린다고.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썩어빠진 자들이 물갈이 되려면 그들이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당신의 말씀은 희망인가 절망인가. 이 위대한 철학자에게 묻는다면 그리 답하실 것 같다. 그것은 네 할 따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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