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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 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이 16일 현재 사실상 잠적한 채 '탈당카드'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 당내 친노무현계ㆍ정세균계ㆍ혁신모임ㆍ486그룹ㆍ민주평화국민연대ㆍ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ㆍ더좋은미래ㆍ시민사회 출신 등 각 계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에게 원내대표직까지 내놓으라며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의 탈당은 반대하지만 원내대표 사퇴요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체 이들은 왜 박 위원장의 사퇴를 이토록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리더십 상실’이다.
즉 두 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가족과 당내 반발로 거부당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무산됨에 따라 사실상 대표로서의 리더십이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위원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박 위원장의 결정이 그토록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우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여야 합의 결단을 내린 그의 결정은 옳았다. 내용상 다소 불만족스러운 게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내 강경파들이 ‘유가족 거부’를 이유로 두 번째 합의안조차 백지화 시키고 말았다. 그로 인해 세월호 정국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으로 하여금 새정치연합을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시도 역시 ‘외연확대’라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끼리만 뭉치자’는 강경파의 목소리 때문에 불발되고 말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 7.30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정당이 ‘우리끼리’만 뭉친다면, 그 정당은 다음 총선은 물론 차기 대통령선거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만 한다. 이는 외연을 확대하지 않는 한, 즉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한 새정치연합은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파들의 폐쇄성이 이를 막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당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것은 박 위원장이 아니라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강경파 의원들인 셈이다.
그런데도 강경파들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되레 박 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그들이 내세운 명분과는 다른 어떤 속셈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그 속셈은 무엇일까?
아마 당내 계파간 당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박 위원장이 당내 반발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초 있을 전당대회를 겨냥해 당권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각 계파별로 차기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당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총선 결과에 따라 2017년 대선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그 달콤한 기대감 때문에 당내 모든 계파가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촉발된 정국경색 해소와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당의 재건 작업을 나몰라 하면서 자신들의 계파 이익에만 쫓아가는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박영선 흔들기’의 본질이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까지 지낸 조경태 의원이 "(당을)해체 수준 또는 분해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다시 헤쳐모여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겠는가.
물론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양당체제하에서 당장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이런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큰 변화의 물줄기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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