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vs. 손학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10-28 15: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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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정치권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인사들이 있다.

    이른바 ‘개헌 봇물’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아니고,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니다. 되레 현실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다.

    반기문 총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무려 4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2위인 박원순 시장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친박 핵심부가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박 핵심 인사인 홍문종 의원은 “저희(친박)가 지금 모여서 회합을 한다든지 또 어떤 사람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그분에 대해서 한번 의견을 모아보자고 한다든지 그런 일들이 아직은 없다”며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홍 의원과 반 총장은 아주 각별한 사이다. 두 사람은 지난 81년과 82년 하버드 행정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동창이다. 당시 반 총장은 공무원 자격으로, 홍 의원은 순수 학생신분으로 동문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홍 의원과 별도로 회동을 가진 일도 있다. 그만큼 가깝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모르는 일”이라면, 친박 핵심부의 ‘반기문 띄우기’라는 언론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다. 실제 반기문 총장은 홍 의원에게 “유엔사무총장 일에 전념하겠다”며 “국내 정치하고는 완전히 떨어져 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 역시 “아마 지금은 누가 반기문 총장을 만나도 ‘사무총장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은’이라는 시점이 문제일 뿐, 향후 그의 출마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홍문종 의원도 “많은 후보들 중에 반기문 후보가 야당 후보를 3배 정도 앞서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군침을 흘리겠느냐. 이분을 정치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별별 많은 일들을 하지 않겠느냐”며 “대선 때가 되면 여러 가지 세력들이 이합집산 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 그때 반기문 총장이 핵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이런 견해에 대해선 대다수의 정치평론가들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지난 7·30 재보궐 선거 이전 ‘당에서 어려운 지젹인 수원병 출마를 제안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짐을 지는 걸 피해온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실제 그는 당 중진으로서 어렵지 않은 지역에 공천을 받아 국회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을 따랐다.

    수원병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부친에 이어 내리 5선을 지낸 ‘새누리당의 텃밭 지역구’로 새정치연합이 승리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선거패배의 짐을 홀로 짊어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전남 강진 흙집에서 칩거 중이다.

    그런 그가 ‘제3 당 창당설’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지난달 30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가 상경 길에 예고 없이 손학규 전 지사를 방문한 것을 두고, 제3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안철수 의원이 최근 비대위 합류제의를 공식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직강화특위 위원직을 스스로 사퇴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제3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영입 1순위는 대중적 사랑을 받는 손 전 지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하기 이전, 이른바 ‘안철수 신당’ 창당을 준비할 때부터 각 언론은 꾸준히 손학규 전 지사의 합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면 왜, 정치권 장외 인사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주목받는 것일까?

    지금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성이 없다면, 결국 반기문 총장과 손학규 지사가 국민의 요구에 의해 차기 대선에서 여야 주자로 맞대결하는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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