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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내 비노(非盧, 비노무현) 측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정동영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행보가 그렇다. 그들의 최근 행보는 마치 ‘제 3당’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먼저 정동영 상임고문의 움직임부터 살펴보자.
그는 최근 새정치연합의 당권파로 부상하고 있는 친노 계파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가하면 노골적으로 ‘신당’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달 29일 호남지역 ‘경청투어’에서 “호남 다수의 여론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 그때는 100% 신당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고문이 언급한 특정계파란 바로 문재인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친노(親盧, 친노무현)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고문의 발언은 내년 2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노계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고문이 지난 달 초 정계은퇴 후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고문을 예고 없이 방문한 것 역시 신당창당을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 고문은 손 전 고문이 은퇴 기자회견 이후 아내와 함께 조용히 살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 백련사 인근 토굴(불가에서 일컫는 스님의 수행처)을 예고 없이 찾았으나 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행보도 수상쩍다.
물론 안 전 대표 측은 탈당은 현 시점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라며 신당창당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그가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가하면, 조강특위 위원으로 선정된 자신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을 특위위원에서 철수시키는 등 새정치연합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전대출마여부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신율교수는 ‘탈당 명분 쌓기’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 고문과 안 전 대표 등이 신당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2월 7일이나 8일에 예정된 전당 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분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고, 그리고 4~5개월이 지났는데도 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신당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의원이 이미 당권경쟁에 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문 의원은 지난 28일 충남 천안 상록 리조트에서 열린 ‘광역의원 연수’에서 ‘우리 당, 1년 안에 못 바꾸면 집권 불가능’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당 혁신의 5대 원칙과 구체적인 대안들이 제시됐는데 강연 내용으로만 보면 사실상 당대표 경선 공약 발표와 다름없었다는 평가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빠진 상태에서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당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문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100%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정동영 고문과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탈당이 신당으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
바로 손학규 전 고문이다.
<일요신문>은 5일 “6·4 지방선거 이후 손학규-안철수 측은 운명공동체로 뭉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최근 안철수 의원실에 손학규 측 인사가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손 전 고문의 ‘정치적 업무’를 도맡은 이가 과거 민주당 시·도당 조직국장을 지내고, 이후 ‘정책네트워크 내일’ 조직실행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결국 야권 재편의 키는 손학규 전 고문이 쥔 셈”이라고 했다.
즉 신당창당이 성공하려면 정 고문과 안 전 대표가 손 전 고문을 삼고초려해서라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새정치연합발(發) 신당 창당을 저지하려면, 문 의원이 당권을 포기하는 것뿐인데 문 의원의 지나친 대권욕이 끝내 ‘비노신당 창당’이라는 화(禍)를 부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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