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의 개헌 ‘꼼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11-10 14: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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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4대강 전도사’를 자임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개헌전도사’로 전업했다.

    정치인이 시류에 따라 얼굴을 바꾸거나 명함을 바꾸는 일은 흔한 일이니만큼 그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란한 말솜씨로 국민을 속이려는 그의 정직하지 못한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재오 의원은 누가 뭐래도 ‘이원집정부제’ 개헌추진론자로 분류돼 왔다.

    실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방문 중 개헌론을 꺼내들어 파장을 일으켰을 때, 가장 반겼던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개헌 방향에 대해 사실상 두 사람이 의견의 일치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김 대표는 개헌방향에 대해 직선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뽑힌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었다.

    그 방향이 이재오 의원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개헌방향과 너무나 닮은꼴이어서 각 언론은 이 의원과의 사전교감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 대표와의 교감설에 대해 “꼭 나와 얘기했다기보다는 본인도 정치하는 사람이라 이원집정부제가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닐까. 우리는 둘 다 5선이고, 국회 입성 동기다. 눈만 보면 뭘 말하는지 아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그가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졌다.

    실제 그는 10일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개헌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핵심은 대통령의 임기는 4년 중임을 허용하도록 하고, 권한은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의 권한을 갖고 행정부 수반, 즉 내각 수반은 국무총리가 갖는 형태로 분권형 대통령제”라면서 “이원집정부제와는 조금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8일 강원대 60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아 외교, 국방, 통일, 국가원수의 지위를 주고 책임질 일이 많은 내치는 내각이 책임지는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사실상 오스트리아의 이원집정부제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의 대통령은 허수아비나 다를 바 없다. 그런 대통령을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꾼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면 이재오 의원은 왜 당당하게 이원집정부제를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국민이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중앙일보가 지난 7~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유·무선 전화 설문 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바람직한 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꼽은 응답자가 4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34%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하는 응답이 무려 79%에 달한 것이다.

    반면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맡고,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는 10%, 총리·수상이 국정을 맡는 내각책임제가 9%의 순이었다.

    아마도 이재오 의원이 분권형 앞에 ‘4년 중임제’라는 용어를 붙인 것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지금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하자는 것인 반면, 이 의원은 일단 대통령을 상징적 국가원수, 즉 허수아비로 만든 뒤 4년 중임제를 하자는 것으로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누가 봐도 ‘이원집정부제’인 개헌방향을 ‘4년 중임제 분권형’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민을 눈속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외국에 나갈 때나 상징적으로 국가원수의 대접을 받는 허수아비로 만든다는데 누가 동의하겠는가.

    특히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선출한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데 대해선 그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재오 의원은 개헌을 추진하려면 ‘꼼수’를 부리지 말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대통령이 될 자신은 없지만,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총리는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총리가 실권을 갖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한다고 솔직하게 밝혀라.

    그리고 그것이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라고 밝히고 당당하게 임하라. 다만 그러자면 그 대가는 다음 선거에서 치르겠다는 각오가 따라야 할 것이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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