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주류, '빅3' 불출마 요구 집단서명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14-12-22 15: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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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행동 가능성 주목...박지원 ‘마이웨이’에 “후배들에게 당하는 꼴”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30명이 정세균·박지원·문재인 의원의 2·8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 추가 동조 움직임 등 향후 당내 영향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새정치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주류 진영에서 개별적으로 '빅3'의 불출마를 요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의원들이 집단으로 서명까지 받아 공식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에 공감하는 당내 의원이 80여명을 상회할 것이란 관측이어서 향후 전개될 상황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들 서명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국민들은 자칫 전 비대위원 세 분의 출마로 전대가 특정인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고, 통합과 화합이 아닌 분열과 분파로, 감동과 혁신이 없는 당내 기득권 구조의 현실을 확인하는 자리로 변질될 것을 걱정한다"며 "이번 전대를 감동과 혁신의 장으로 만들고, 잃어버린 국민들의 지지를 되돌려 2017년 정권교체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도 전 비대위원 세 분께선 깊이 고민해 달라. 당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선당후사와 구당정신으로 전심전력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불출마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대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며 "우리는 전대가 국민들의 냉소와 지지자들의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릴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의원 가운데는 정세균계와 이른바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포함됐다. 정세균계 중에선 김영주 의원을 비롯해 오영식 안규백 의원이 참여했고 다선 의원 중에서는 참여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과 민주평화국민연대 핵심으로 꼽히는 설훈 의원의 동참도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빅3'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에 응한 정세균, 문재인 의원과는 달리 ‘마이웨이’를 선언한 박지원 의원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방북일정을 이유로 이들과의 면담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과 문 의원은 "다 고민하고 있고 그 충정도 이해한다. 여러 상황을 좀 더 고민해야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창일 의원은 "호소를 받아들인 분도 있고 안 받아들이는 분도 있다. 오늘 이런 공개적인 발표를 통해 심리적으로 압박하려고 한다"며 "세 분은 당의 대주주라 하지 않나. 같이 고민해줘야 한다. 당 원로와 고문도 있다. 같이 동참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서명에 직접 이름은 안 올렸으나 80~100명 의원들이 이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이라며 "130명 중 100여명이 취지에 동의하면 당내 거스를 수 없는 뜻으로 해석해줄 것을 호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특히 "특정 계파와 선수에 치우쳐 있지 않고 지역과 선수, 계파를 넘어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의견을 일부 움직임으로 판단한다면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호소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지켜보고 추후 모여서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도 "의원 100여명이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당을 사랑하는 세 분이 의원들의 충정을 그렇게 가볍게 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런 모임을 1회성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희망과 목표가 관철될 수 있도록 향후 추이를 보면서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좋은 후속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김영환 이종걸 강창일 김동철 박주선 설훈 오영식 오제세 유인태 주승용 최규성 김영주 노웅래 문병호 안규백 우상호 유성엽 유승희 이찬열 이춘석 장병완 정성호 최재천 권은희 김관영 박수현 송호창 이언주 정호준 최원식 의원 등 총 30명이 참여했다.

    2·8전대 다크호스로 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힘을 보탰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빅3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빅3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서 당의 전대 경쟁 자체가 기존의 친노(친노무현)·비노 프레임에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3'는 사실상 출마의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문 의원은 수도권에서 개별적으로 당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 의원은 광양, 순천, 나주, 광주 등 호남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서울 및 경기도 지역위원회 행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정세균 문재인 의원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불출마 요구 의원들과의 면담에도 응하지 않을 정도로 출마 의지가 확고하다. 박지원 의원의 출마가 사실상 '상수'로 굳혀진 셈이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정 의원과 문 의원의 불출마만 이끌어내도 성과라는 전망이 나온다.

    빅3 불출마 요구 서명에 동참한 한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문재인, 정세균 의원만 물러나도 성공하는 것 아닌가. 두 분이 불출마하면 박지원 의원이 혼자 무슨 명분이 있겠나"라며 "(박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당내에서 강력히 지탄받고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명에 동참한 또 다른 의원도 "문재인, 정세균 의원만 안 나오면 '친노 대 비노'로 굳어질 판이 '박지원 대 비박지원'으로 짜인다"며 "박 의원이 싫고 말고를 떠나서 박 의원은 후배한테 당하는 꼴이 된다. 자기 문제에 갇혀 있다 보니 이런 판세를 잘 모르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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