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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에선 여러 차례 신당이 창당됐지만,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부분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 우상화 정당’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도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신당작업에 나섰지만, 당을 만들지도 못한 채 민주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사실상 ‘안철수신당’이 소멸된 셈이다. 안 의원 개인의 유명세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다.
이처럼 특정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은 모두 실패했다.
1992년에 창당됐던 통일국민당(국민당)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전 회장이 주도해 창당한 정당이다. 국민당은 창당 직후 실시된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려 31명의 당선자를 내는 등 괄목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정주영 전 회장은 대선에서 16.3%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 김영삼·김대중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후 정 전 회장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국민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가 싶더니 잔류파마저 자민련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국민신당은 이인제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탈당하고 1997년에 창당한 정당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제15대 대선에 3위로 낙선했고, 소속 의원들 가운데 7명은 새정치국민회의로, 나머지 1명인 김학원 의원은 자민련에 각각 입당함으로써 국민신당도 소멸되고 말았다.
지난 2002년 11월엔 정몽준 전 의원이 ‘국민통합21’을 창당했다.
당시 그는 '한국의 4강 진출' 등 월드컵을 성공시킨 뒤 그 인기를 몰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추진했고, TV합동토론을 진행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결국 국민통합21은 '정당은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정당법 기준에 미달해 법 개정 이후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난 뒤 자동 해산됐다.
창조한국당은 지난 2007년 10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가 주도해 만든 당이다.
그는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득표율도 이회창(15.07%) 무소속 후보보다 훨씬 적은 5.8%의 지지율에 그쳤다. 이후 창조한국당은 19대 총선에서 0.4% 득표에 그쳐 원내진입에 실패했고, 정당법에 따라 해산됐다.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우상화 정당, 오직 대권에만 목표를 둔 정당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역사가 입증하는 셈이다.
그러면 현재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은 어떨까?
국민모임에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정지영 영화감독, 명진 스님 등 각계각층의 진보 인사 100여 명이 참여했고, 여기에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참여했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기존의 정당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정당이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노선이 문제다. 국민모임은 정책방향을 ‘진보’로 못 박았다.
그런데 ‘우상화 정당’이 사실상 소멸을 예고하는 정당이라면, ‘진보 정당’은 한계를 지닌 정당이다.
실제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가졌던 힘이 진보 정당의 최대치였다. 그 이후론 줄곧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국민모임 역시 정의당 수준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사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합당하더라도 민노당, 혹은 통합진보당 수준의영향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이제 ‘제 3당’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세력이 힘을 모아 창당하는 ‘중도’ 신당이라면 가능하다.
이를테면,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김한길 김부겸 김영춘 노웅래 조경태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김성식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중도성향 인사들이 힘을 모아 만든 정당이라면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는 뜻이다. 다만 손학규 전 대표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기라성’ 같은 인사들을 한 울타리에 모을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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