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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에게 A점이라는 평점을 줬다. 이른바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낯 뜨거운 ‘셀프 칭찬’을 한 셈이다.
특히 문 위원장은 “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골든크로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30%에 육박, 새누리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따라붙는 결과가 나온 것에 고무된 탓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26∼2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방식(무선전화 50%+유선전화 50%)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3.1%포인트)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35.4%,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9.6%로, 그 격차가 5.8% 포인트로 좁혀졌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한때 10%대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바닥수준에서 맴돌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실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0%대에 육박하는 것은 지난해 3월초 안철수 세력과 김한길 당시 대표 체제의 민주당간 통합 이후 10개월여만이다.
그런데 결과를 두고 문희상 비대위체제가 당을 잘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다.
실제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사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위기상황이다.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위태롭다. 신당 창당을 서두르는 ‘국민모임’이 6일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3곳 모두 독자후보를 내세워 새누리당 2중대인 새정련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에 투항한 새정치연합은 해체하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전날에는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이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다야(多野) 대결구도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2·8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 당권 주자들은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그들의 말에는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먼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박지원 후보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지난해 12월29일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의결된 시행세칙을 언급하며 "'지지후보 없음'을 (득표수에) 포함한다고 명문화 돼 있다. 문재인 후보는 이 지침을 모르고 말한 건가 아니면 나한테 뒤집어 씌운 건가"라며 "아직도 우리 새정치연합은 한 계파가 독점해 여러 가지 반칙을 일삼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문 후보 측이 동영상을 만들어 손석희 앵커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짜깁기해 돌렸다"며 "규정을 투표 하루 전에 바꾸는가 하면 유명한 앵커 초상권까지 침해해 자기를 지지한다고 하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문 후보가 투표 하루를 앞두고 시행규칙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유명앵커가 자신을 지지하지도 않았는데 지지한 것처럼 짜깁기 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문 후보는 대권주자는커녕 당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러면 박 후보를 공격하는 문 후보의 발언은 어떤가.
문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박 후보는 당권과 대권 분리가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박 후보는 입장이 때에 따라 다르다. 2010년에는 강력하게 주장했다. 원내대표에 출마할 땐 다가오는 전대에 민주당 대권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경쟁, 소통하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전대 때는 말이 완전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그때 그때 말 바꾸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 후보 역시 당 대표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게 된다.
결국 문 후보와 박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은 두 사람 모두 ‘당 대표 자질이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전대에서 승리하든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주는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은 어쩌면 ‘누워서 침 뱉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네거티브 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상생경제를 만들어 갑의 횡포로부터 을의 눈물을 자유롭게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이인영 후보가 그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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