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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발언이 너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제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연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유죄 판결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서 터진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상의 정치관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사과를 공식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표의 이런 발언은 단순히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 시대의 과오를 사과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당창장을 서두르고 있는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는 한 술 더 뜬다.
신당추진위원회 오민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조직적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된 가짜 대통령임을 거듭 확인시켜 준 사법부의 역사적 판결”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로써 자동적으로 대통령의 법적 지위를 상실케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은 정말 황당하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던 과거로 돌아가 보자. 지난 2011년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당시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권 교체'(50.1%)라는 응답이 '정권 재창출'(34.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국민들이 볼 때에 MB와 박 대통령의 사이가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가깝기는커녕 되레 박 대통령의 당선을 ‘정권재창출’로 볼만큼 MB와의 관계를 적대적관계로 여겼던 것이다. 따라서 마치 이명박정부의 불법적 도움을 받아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매도하는 문 대표의 발언이나 그로 인해 대통령의 자격 상실을 운운하는 국민모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도 왜 새정치연합과 국민모임은 이처럼 박 대통령과 노골적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재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위한 ‘선명성 경쟁’ 때문일 것이다. 12일 창당주비위를 구성할 예정인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을 ‘제2 여당’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창당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국민모임신당추진위 오민애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을 수호하는 진정한 야당이 아니라, 정부·여당에 고분고분 협력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제2 여당’이었다”며 이번 4.29 보선에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바 있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야권재편의 주도권을 국민모임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새정치연합도 덩달아 강경발언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선명성 경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정권과의 정치적 전면전은 내년 총선에 이미 예정되어 있다”며 “조기전면전은 국민만 불안케 할 뿐이고 오히려 민생파탄의 박 정권에 구원의 밧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겠는가.
맞는 말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내년 총선에는 굳이 전면전을 선포하지 않더라도 전면전을 치르게 돼 있다. 그런데 미리 전면전을 선포해 버리면, 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이고, 경제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치놀음에 후순위로 밀려 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걱정인 것이다. 물론 야권의 선명성 경쟁이 이른바 ‘집토끼’라고 불리는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결집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산토끼’는 모두 놓치게 된다. 오직 야권 주도권 다툼을 위한 방편으로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는 정당을 보수층은 물론 중도성향의 유권자들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경쟁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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