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터진 국수' 논란을 지켜보며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2-25 14: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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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경제가 불쌍하다"는 발언을 놓고 야당이 총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가 됐는데 그것을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그래서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 그런 불어터진 국수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따뜻하고 맛있을 때 먹어야 몸에 좋은데, 시간이 지나 불어터진 국수를 먹으면 몸에 좋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경제를 살리는 처방을 할 때 제때 처방받아야 효과가 더 좋다는 걸 비유적으로 설명한 거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야당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마치 국회, 특히 야당이 시간을 질질 끌어 국수가 불어터진 것처럼 말했다는 거다.

    실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불어터진 국수'라는 표현은 야당의 협력을 폄하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3법을 늦게 통과시켜줘서 '불어터진 국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건 완전 적반하장 아니냐”고 발끈했다.

    심지어 박영선 의원은 "엉터리 같은 대통령 만나 고생하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이 같은 비판이 적절한 것인가. 아니다.

    야당도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이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지금은 비수기임에도 새로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청약경쟁률 역시 수십대 일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올 한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분양물량도 쏟아질 것으로 보여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해빙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도 불투명하기만 했던 부동산 시장이 '부동산 3법' 통과 등으로 해빙의 기운이 완연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취업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새로 직장을 찾은 사람은 월평균 54만명을 넘으면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주택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무려 2년 3개월이나 걸렸다. 이런 법안이 좀 더 일찍 통과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불어터진 국수’로 표현한 것이 뭐 그리 잘못인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부동산 3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늑장처리 한 국회, 특히 협조하지 않은 야당의 책임이 큰 것 아닌가.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비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24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상황으로 비유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인식은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수출대기업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에게 흘러가도록 뚫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단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박 대통령은 단지 여러 경제활성화 관련법안 가운데 ‘부동산 3법’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을 뿐이다.

    특히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상반된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제시하는 한편,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

    실제 ‘경제검찰’에 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을 차질 없이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욱이 불공정거래에 대한 검찰고발권을 기존 공정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과 감사원, 조달청에도 허용하는 법안까지 시행됐다. 대기업 입장에선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경제활성화 법안 못지않게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 전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가 최고 통치자는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쪼록 여야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 발언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이해하고, 되레 정부에 더욱 협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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