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눈치만 보다 기회 잃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3-03 14:19:13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당초 지난달 말에 출마 여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던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광주 서구을(乙) 출마 선언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천 전 장관측은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조영택ㆍ김성현ㆍ김하중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하는 3일에도 “아직 출마선언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아무래도 곱지 않은 것 같다.

    실제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수단으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천 전 장관은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 그동안 각종 강연회나 스스로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 등을 통해 수차에 걸쳐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출마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천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연합 후보 공모에 응하지 않겠다”며 “새정치연합 후보로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하면, 범시민추천위원회나 기타 정당 후보로 나올지도 모른다거나 아예 불출마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계속해서 "보궐선거에 적극 대처할 생각”이라거나 "출마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등의 표현으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둬 왔던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가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천 전 장관이 국민모임에 대해 "비전을 갖춘 새로운 야당을 만들겠다는 분들의 의지, 또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합류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당이 어려워진데 책임도 있고, 당의 혜택도 많이 받았다"며 “조만간 말씀을 드려야 할 때가 됐다”고 얼버무리긴 했다.

    하지만 그가 이후에도 국민모임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그가 결국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천 전 장관과 국민모임은 결별하고 말았다. 그것도 천 전 장관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모임 대변인의 입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오민애 대변인은 지난 달 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4.29 재보선 관련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서 국민모임 신당의 광주 서을 후보로 천정배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며 “천 전 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국민모임 후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뒤늦게 천 전 장관측도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지금도 지역 유권자들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출마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출마여부만 놓고 이렇게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정치개혁의 기수’라는 천 전 장관이 그때그때 상황을 봐 가면서 자신의 처신을 바꾸기 위해 이렇듯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는 것이라면 실망이다.

    만일 천 전 장관에게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지역 유권자들에게 만큼은 적어도 자신의 출마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정치인의 기본 도리이고,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사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은 여론 눈치를 살피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이 아니다. 비록 당장은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인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금배지를 단 이정현 의원이나 대구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해 분패한 김부겸 전 의원 등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런 정치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 천 전 장관을 아끼던 언론인으로서 그의 요즘 처신은 정말 못마땅하다. 모쪼록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영영 재기의 기회를 잃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