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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3일 타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리콴유를 기억하며' 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국민들이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했고, 추모객들의 마음을 담은 카드와 꽃다발도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도 조문과 애도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지도자들이 싱가포르 총리실에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고 일본 아베 총리도 직접 성명을 발표하며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일가와 싱가포르 국민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역사의 거인이자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리 전 총리를 추모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 뉴욕에 마련된 조문소를 찾아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대체 리콴유 전 총리가 누구이기에 그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는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으로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한 1965년에는 부존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암울했다. 그러나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 6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다.
그 기반을 다진 인물이 바로 리 전 총리다. 그는 31년간의 총리 재임 기간 싱가포르의 정치·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싱가포르는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고,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깨끗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도 처음부터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그는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을 억제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었다.
민주주의를 경시했다는 비판도 받았었다.
실제 그의 어록에는 ‘배불리 먹으려면 권위적 통치가 불가피하다’는 정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나는 시민의 개인적 삶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종종 듣는다. 그래,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가 하면, “민주주의는 신생 개발도상국에 좋은 정부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아시아의 가치가 미국인이나 유럽인의 가치와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그의 삶의 여정이 흡사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우리나라는 보릿고개가 되면 쌀이 떨어져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다. 북한보다도 우리가 훨씬 더 못살았던 시절이었다.
리콴유가 총리로 취임하던 당시의 싱가포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1인당 GDP는 2만 8804 달러다. 싱가포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물론 그 기반을 다진 인물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다.
그 역시 리콴유 전 총리처럼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억압한 측면이 있다.
리 전 총리가 “민주주의는 신생 개발도상국에 좋은 정부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신념을 지녔던 것처럼 박 전 대통령도 그런 신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것이다.
김익환 국민통일방송 공동대표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리콴유 전 총리를 생각할 때마다 ‘한국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함께 생각난다. 언 듯 보기에도 두 인물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장기집권이다. 두 인물은 각각 31년과 17년 동안 집권을 했다. 두 번째는 경제발전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지도자라는 인식도 같다. 가난했던 싱가포르와 한국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두 인물은 가난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것을 그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도 우선시 했다.”
아마 이 칼럼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 전 수상이 사망했는데 거기에 생뚱맞게 박정희를 끼워 미화시키고 있네. 참 애쓴다 애써”라고 꼬집는 글을 남겼다. 과연 이 같은 김씨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싱가포르는 민주주의의 희생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이룬 31년 집권자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7년 집권으로 경제성장의 발판을 다진 영웅을 왜 여전히 ‘독재자’로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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