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心, 왜 '강진칩거' 손학규를 부르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5-05 12: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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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토굴(흙으로 지은 집)에 둥지를 튼 정치인이 있다.

    그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당의 거듭된 요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여당 텃밭인 경기도 수원병(팔달)에 몸을 던졌다. 기적은 없었다. 예상대로 그는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리곤 곧바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부인과 함께 백련사 뒷산 토굴에 둥지를 튼 것이다.

    지금은 자연과 함께 살면서 21년 정치인생을 정리하는 저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정치인생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은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따라서 이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의 움직임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되레 국민의 관심의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가 이달초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자 곧 화제가 됐다.

    비록 강진에 터를 잡고 있으나 가끔 경조사 등 볼 일을 보러 올라오면 머물 곳이 필요한데다 책 등 짐이 많아 별도의 공간이 필요해 이사를 했다.

    사실 2011년 4.27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 마련한 뒤 처분하지 않았던 분당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되었고, 분당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른데다 접근성 등을 고려해 서울로 옮긴 것일 뿐이다. 특별히 구기동을 선택한 것은 손 고문의 딸 가족이 거주하는 집 인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5일 연합뉴스를 비롯해 각 언론이 그의 이사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손 전 고문이 지난달 25일 측근들의 결혼식 참석차 서울을 찾았을 때도 각 언론이 이 사실을 대서특필한 바 있다.

    지금은 은둔거사가 된 정치인에 대해, 그것도 단순히 측근 결혼에 참석하거나 이사한 사실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그만큼 그가 뉴스메이커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광주에 당선된 천정배발(發) '호남신당론' 등으로 야권 지형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당 일각에선 손 전 고문을 유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마당이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매일신문의 최미화 심의실장 겸 특임논설위원이 지난 주말, 대구경북권 국회의원들과 관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후임 총리 추천을 요청했더니 그 가운데 김문수 오세훈 김영란 등과 함께 손학규 전 고문의 이름이 거명됐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니까 당연하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거론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손 전 고문이 거론되는 것은 의외다. 왜 그가 후임총리 추천자로 거론됐을까?

    그만한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로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안대희 변호사가 총리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손학규 전 고문을 추천했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국민일보 성기철 논설위원은 최근 “손학규를 총리로 지명했으면…”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정치력과 행정능력 겸비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토굴 삼고초려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한때 정치부 기자를 포함한 언론인들로부터 ‘대통령감 0순위’에 랭크됐었다.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그의 도덕성, 개혁성, 신뢰성, 진정성에 감명을 받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쩌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국민들도 그가 다시 여의도 판으로 돌아와 정계개편의 역할을 해주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강력한 국민의 바람이 그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손사래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여전히 현실정치는 완전히 떠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 종종 올 것이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뭐 나올 일이 있나"라며 "나야 뭐 자연과 같이 살고 있다. 바깥소식은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가 당분간 강진 흙집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산골 칩거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국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결국 국민의 요청에 의해 국민에게 약속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국민 품으로 돌아올 것이란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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