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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문재인 책임론’등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잇따른 훈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조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문 대표를 향해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해야 한다”면서 “엄정한 기준에 따라 친노건 호남이건 모든 기득권을 잘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만 바라보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다음날인 19일 오전에는 ‘새정치 혁신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트위터를 통해 당 혁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공천 2~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의 네 가지 혁신안을 주장했다.
그는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혁신과 관련 해 "현역교체의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보면 새정치연합, 그전의 민주당의 경우 현역 교체 비율이 전국적으로 보게 되면 45% 정도를 유지했다"고 전제하면서 "그런데 호남의 경우에는 현역 교체 비율이 25%에 머물렀다"고 지적했었다.
사실 조국 교수의 ‘훈수정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단일화에 대비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는가 하면, 그 보다 앞서 4䞇총선 때엔 민주당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거 훈수’를 한 일도 있다.
따라서 그가 새정치연합을 향해 훈수를 한다는 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뭔가 다른 것 같다. 그의 훈수엔 순수하기보다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그 시점이 절묘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당 내부 갈등 해소를 목적으로 '혁신기구 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위원장에 누구를 앉힐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혁신기구를 이끌 위원장으로 손학규 안철수 김부겸 등과 함께 외부인사인 조국 교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문 대표의 의중은 조국 교수에게 방점이 찍혀 있을 것이다.
조국 교수도 위원장 제안이 들어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조 교수는 이날 종편 채널인 JTBC에 출연, "계파이익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얼굴마담을 하라고 한다면 할 이유가 없지만, 권한을 주고 혁신 내용에 동의한다면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의 요구를 뿌리치면서 밖에서 ‘훈수’만 두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 외부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문 대표가 설득에 나섰지만, 끝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 때에는 국민모임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조 교수는 끝내 출마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왜 이번엔 현실정치 참여에 그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의 발언 내용 가운데 특별히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용어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친노건 호남이건 모든 기득권을 잘라야 한다”는 발언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특히 그가 제시한 4가지 혁신안을 보면, 혁신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제1야당에서 그런 막강한 권한을 거머쥔 사람이 총선 이후에 꿈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일 게다.
조 교수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문재인 대표는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준 기회를 허망하게 팽개쳐버렸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내가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권한을 주고 혁신 내용에 동의한다면 제가 (혁신위원장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국민이 그런 생각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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