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영입 대상으로도 거론되고 있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20일에도 어김없이 당을 향해 훈수를 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글을 올려 “새정치 혁신위원장은 누가 하더라도 좋다”며 “최고위, 중앙위, 당무위, 의총 등에서 기득권 포기 선언을 하고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살을 베어낼 것이 분명한 혁신 약속만이 감동을 준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교수는 지난 18일에도 “엄정한 기준에 따라 친노건 호남이건 모든 기득권을 잘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19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 혁신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4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내용이 가히 파격적이다.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공천 20~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이다.
조 교수가 이처럼 매일 새정치연합을 향해 ‘훈수정치’를 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가 위기탈출방안으로 추진 중인 혁신위원회의 위원장 감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안철수 의원과 함께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최근 종편 채널인 JTBC에 출연, "계파이익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얼굴마담을 하라고 한다면 할 이유가 없지만, 권한을 주고 혁신 내용에 동의한다면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즉 자신에게 전권을 주면 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당초 당 지도부는 혁신기구에 대해 '최고위 아래에 두고, 결정은 최고위 의결을 받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은 당 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상 전권을 가진 혁신위원장이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그런 권한이 주어질 경우 자신이 혁신위원장직을 맡을 생각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권’을 전제로 조국 교수와 안철수 의원이 서로 자신이 혁신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그러면 문재인 대표는 누구를 염두에 두고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려는 것일까?
일단 외형상으로는 안철수 의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지난 19일 문 대표가 서울 모처에서 30여분 간 회동을 갖고 안 의원에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 대표가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이 아니라 그냥 ‘슬쩍’지나가듯이 혁신위원장을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정도의 표현만 했다면, 안 의원 스스로 “내가 하겠다”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문 대표가 심중에 담고 있는 혁신위원장은 안 의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문 대표는 조국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낙점해 둔 상태일지도 모른다.
문 대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재협상 문제로 사면초가에 몰릴 때 조국 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기 물밑 접촉을 시도한 일이 있다. 문 대표와 조 교수는 그만큼 각별한 사이다.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이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저 당 안팎에서 명망 있는 분이면 다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표를 적극 옹호하는 분들이 나서서 무슨 해결이 되겠냐"라고 조국 교수의 혁신위원장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알철수 의원은 결국 이용만 당한 셈이 된다. 안 의원 스스로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당사자로 자신이 위원장직을 맡지 않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실제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당 혁신위원장 관련 입장' 자료를 통해 "어제 문재인 대표와 저는 당 혁신의 당위성에 공감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은 조국 교수를 위한 한낱 ‘불쏘시개’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