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국회법 중재안 합의? 장난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6-16 12: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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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해 위헌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으로 수정하자는 데 대해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그래서 위헌논란을 일시에 잠재울만한 대단한 문구 수정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국회법 개정안의 문구 중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요청할 수 있다'로 바꾼 게 전부다.

    애초 정 의장은 '처리한다'는 문구도 '검토해 처리한다'로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요구(要求)’를 ‘요청(要請)’으로 바꿨을 뿐이다. 즉 ‘구(求)’를 ‘청(請)’으로 달랑 한글자만 바꿨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의화 의장은 물론 유승민, 이종걸 여야 원내대표는 마치 대단한 합의라도 이룬 듯 폼 잡고 촬영에 응한 것이다.

    당시 정의와 의장은 단지 그 한 글자 고친 것에 대해 “충분하게 숙고하고 협의를 통해서 위헌 소지를 완전히 이제 없앴다”고 평가했으며,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물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위헌 가능성을 국회에서 줄이려고 노력을 했다”고 긍정평가 했다.

    그리고는 세 사람이 입에 함박웃음 지으며 기념 촬영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못난이 3형제’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당초 국회법 개정안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끼워놓기 식으로 해서 지난 달 27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이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정한 개정안은 정치권 안팎에서 위헌논란을 야기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 조항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

    국민여론도 국회법 개정안을 ‘입법독재’로 판단하고 비판 적이었다. 결국 여야는 여론에 밀려 다시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려 17일 동안 여야 원내대표단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나온 결과가 고작 ‘구’를 ‘청’으로 바꾼 게 전부라니 국민이 화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종걸 원내대표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는 “'요구'와 '요청'은 호랑이와 고양이처럼 현저히 다른 것"이라며 "요구는 '당연하니 내놓으라'는 뜻이고 요청은 '필요하니 좀 내주세요'라는 뜻"이라고 황당한 설명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종걸 원내대표는 말장난의 선수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는 지난 2012년 8월,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신분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박근혜 대표를 향해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그년’이라는 표현에 비난여론이 들끓자 그는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며 "사소한 표현에 매이지 말라"라고 되레 훈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그런 말장난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정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사사건건 국회와 행정부가 출동한다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면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메르스 사태에 집중해야 할 때이고, 자칫 박 대통령이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여야가 고작 한 글자를 바꾸고 뭐 대단한 것이라도 합의 한 듯 기세등등한 것도 박 대통령이 처한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원칙’의 문제다.

    박 대통령의 판단에 이게 정말 위헌소지가 있고, 정부가 합당한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개정안이 발목 잡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되면, 미래 정부를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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