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신당, 별 의미 없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6-21 15: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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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각 언론사의 정치면은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는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천정배 의원 측 인사들이 서울 당산동에 사무실을 내고 실무자를 모으는 등 구체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19일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문학진 전 의원 등 전직 야당 의원 5명과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을 두고 ‘정치 세력화를 위한 냉면 회동’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호들갑이다.

    제 1야당이라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들까지도 천 의원이 신당을 목표로 본격적인 '세불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만 보면 천정배 신당이 마치 대단한 파괴력을 지닌 ‘공룡정당’이라도 될 것처럼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른바 ‘천정배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는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창당까지는 해낼지도 모른다. 우선 당장 오는 10월 호남 일부 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보궐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들은 정당공천이 필요하고, 따라서 신당 공천을 받으려는 자들의 참여가 잇달을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실제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공천을 필요로 하는 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천 공급기관으로 전락한 정당이 만들어졌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럴 경우 천정배 창당 시기는 아마도 8월이나 9월 쯤 될 것이다.

    만일 그 시기를 놓치면 천정배 신당은 어렵다.

    호남 지역 일각에서는 내년 초에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찾아 올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하고, 혁신안을 제시하는 시기가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이다. 만일 혁신안에 조국 서울대 교수 주장대로 호남 현역 의원 40% 가량이 물갈이가 현실화 될 경우 호남 의원들의 탈당행렬이 잇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신당에 합류하는 주축 세력이 될 것인데, 문제는 국민이 과연 그런 신당을 지지해 주겠는가 하는 점이다.

    즉 제1야당으로부터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급조한 정당이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호남지역에서 신당이 높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의 ‘친노 패권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천 의원의 신당창당 액션이 구체화되면서 신당에 동참하려는 호남 지역 전현직 의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장세환 전 민주당 의원은 “친노는 반호남이이라는 정서가 확산돼 가고 있다”며 “이런 친노당이 국민적 사랑과 기대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당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신당 동참의사를 밝혔다.

    박주선 의원도 “호남의 민심이 지금 현재의 새정치연합 가지고는 총선이나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지적,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게 거론되는 인사들 대부분이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천정배’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한 호남에서의 파괴력은 어떨지 몰라도 결코 ‘전국정당’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셈이다.

    물론 천 의원은 신당이 ‘호남신당’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새로 만드는)정당이라면 전국적 개혁정당”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부인한다고 해서 처한 현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천정배 신당’은 ‘호남 자민련’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자민련은 그래도 충청권을 대표하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있어서 그 정도라도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천 의원이 과연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천정배 신당은 제1야당을 대체할만한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국민이 손꼽아 기다리는 신당은 따로 있다. 즉 ‘친노’라는 이념에 함몰돼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제 1야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당의 깃발을 들 사람은 천 의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는 아직도 자신이 정치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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