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은 사무총장 선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번에 임명되는 사무총장은 사실상 내년 총선 사령탑으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공천실무를 총괄하는 등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여당의 비주류인 친박계와 야당의 비주류인 비노계가 후임사무총장 인선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내 화합을 위해서라면 이번에 선임되는 사무총장만큼은 비주류가 환영하거나 최소한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는 인사여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무성 대표나 문재인 대표 모두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선교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한선교 의원을 언론에서는 친박계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친박계에선 그를 친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며 “심지어 친박에선 한 의원을 ‘배박(박근혜 배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한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 의원 스스로도 “친박들이 나보고 배박이라고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의원은 지난해 대표 경선 당시 비박계 김무성 대표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비박계 주자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등 친박계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가 ‘한선교 카드’를 고집할 경우, 당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 카드로 꺼내 들었으나 당내 비주류 쪽의 반발로 당직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문 대표가 지난 21일에 이어 22일에도 다시 최재성 카드를 강행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당직 인선 논란의 핵심은 총선 실무작업 등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다. 문 대표가 밀고 물론 있는 최재성 의원은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결선투표 끝에 5표 차로 패했으며, 당시 친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따라서 비주류 측엔서 ‘친노계가 최 의원을 앞세워 내년 총선 공천에서 비주류인 비노계에 대한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날 밤에도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3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였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당시 이 원내대표는 "당을 깨자는 거냐. 이 당이 누구 당이냐. 결론을 냈다면 난 나가겠다. 소위 친노당이다 이거냐. (당이) 쫙 나눠질 수도 있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당시 오영식 최고위원이 그를 붙잡고 만류하지 않았더라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표가 당내 화합을 위한다면 당연히 거둬들여야 할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다.
그렇다면 사무총장 인선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전 의원은 22일 한 방송에 출연, ‘김무성 2기 체제’당직개편에 대해 “총선 승리, 정권의 성공,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좋은 분을 인선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요즘 당청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것 같은데, 당청관계가 여당의 경우 매끄럽지 못할 경우에 결국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승리를 위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영세 전 의원의 이 같은 조언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물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새겨 둘 필요가 있다.
여권은 당청 관계를 매끄럽게 조율할만한 능력 있는 인사가 사무총장에 기용돼야만 당내 계파 갈등까지 잠재울 수 있을 것이고, 야권은 비노계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사무총장에 선임돼야만 내홍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 ‘배박’이라 칭하는 한선교 카드를 재고하고, 문재인 대표는 비노의 결사반대에 부딪힌 최재성 카드를 이쯤에서 집어던지는 것이 어떨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