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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와 아무 관련이 없는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자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에 대해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한 종편에 출연, “(유승민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심부름꾼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또 "유승민 원내대표의 그동안 말과 행동이 새누리당 정체성, 대통령의 노선과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맞지 않고,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가치관의 문제"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층이 원하는 행동보다 밀실야합을 주도해 민주적 합의과정을 무시하고 새정치연합의 의견만 들어줬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겨야 된다”고 질책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그간 새정치연합에 끌려 다니면서 국민연금 지급률 인상, 국회 정부시행령 수정권 부여 등 국정의 중대 사안에 있어서 국익에 반대되는 합의를 거듭해 왔다”며 “그가 참모로는 괜찮지만 원내대표 자리에 있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유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 심부름꾼 역할을 했으니 유죄(有罪)’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승민 원내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정치 철학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실제 그는 최고위원들의 잇단 사퇴요구에도 "사퇴할 이유를 못 찾겠다. 고민하겠다"고 밝힌 이후 원내대표로서 예전과 다름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1일에도 친박계는 외곽에서 유 원내대표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유 원내대표 사퇴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압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이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불참한 것 역시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거부한 유 원내대표를 향해 6일까지 거취를 정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대로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는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방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15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안 처리를 진두지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의 이런 행보는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은 무죄(無罪)라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도 “때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을 잘 보필하는 것이라는 게 유 대표의 소신”이라며 "유 대표는 박 대통령의 업적 쌓기에 누(累)가 되기는커녕 도움을 주고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유죄일까? 아니면 무죄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회의원 개인으로서의 유승민은 무죄일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의 유승민은 유죄가 분명하다.
왜 그런가.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 여러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노’라고 하거나 새정치연합의 ‘발목잡기’에 동의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라면 유죄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다르다.
새누리당 당헌 8조(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법안을 처리하고, 발목 잡는 법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지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부의 발목을 잡는 법안인 국회법 개정안은 처리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각종 법안들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그로인해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사퇴할 이유를 못 찾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그 선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당장 물러나라는 게 아니다. 명예롭게 퇴진할 시간을 주자는 게 당내 여론인 것 같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것을 재신임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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